[이슈분석] 한화 '일감 몰아주기' 의혹 무혐의...왜?
[이슈분석] 한화 '일감 몰아주기' 의혹 무혐의...왜?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08.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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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공정위는 '한화S&C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한화 총수나 그룹 차원에서 관여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찾지 못했고, 데이터 회선 사용료나 상면 관리 서비스 이용료의 경우 시장에서 통상 적용되는 정상가격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앞서 공정위 사무처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한화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전산 시스템 구축 일감을 IT서비스업체인 한화S&C에 몰아줬다고 보고, 그룹 계열사 중 29사에 대해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이에 한화그룹에 대해 5년간 현장조사와 심의가 진행됐다.

공정위는 한화S&C가 한화시스템과 합병 전인 2018년까지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일으켰다고 봤다. 그룹의 계열사들이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총수 일가의 자녀들에 대한 부당한 '부의 이전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 사무처의 판단이었다. 실제 한화S&C는 총수 김승연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한화그룹과는 실질적인 관계가 있다.

■증거 불충분...제재 않기로

그러나 심판을 맡은 공정위 전원회의는 이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제재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총수가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고, 관련 시장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부당했는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먼저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AMS) 거래를 법 위반으로 보려면 한화계열사들이 상당한 규모로 부당하게 한화S&C와 거래했다는 점을 각각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위원회는 해당 거래가 통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부당한지를 입증하지 못했고, 그룹·특수관계인의 직접적인 관여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전원회의는 데이터 회선 사용료와 상면료에 대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거래가 불법이 되려면 공정위가 '정상거래 가격(특수관계자가 아닌 자와의 통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 되는 가격)'을 책정한 뒤 한화S&C가 계열사로부터 웃돈을 주고 거래했다는 것을 공정위가 입증해야 하지만, 사무처는 정상가격부터 제대로 산출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공정위가 이와 관련해 두 차례 현장 조사를 나갔을 당시 한화시스템과 소속 직원 5명이 자료를 삭제·은닉하는 등 조사방해 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전원회의는 한화시스템 직원들의 조사 방해 의사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고발 처리키로 했다.

한편 부당거래 여부를 알기 어려운 IT서비스 시장의 특성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IT서비스는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구축하는 것으로,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대기업이 IT 자회사를 만들어 그룹 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룹 내 효율 제고와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같은 프로세스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대기업 측의 설명이다.   

이같이 IT서비스를 대기업 계열사가 맡는 것은 이미 관행적으로 계속돼 와 한화그룹만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대부분 인건비로 구성된 IT 서비스시장에서 정상 가격을 정확히 산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사무처는 이번 '한화 일감몰아주기 제재'에도 정상가격 자체를 책정하지 않고, 매출이익률 등으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 부담 진 한화..."불확실성 제거로 긍정적"

업계에서는 5년간의 조사에도 결국 무혐의 결정이 나온 것은 관련 증거없이 무작정 잘못을 들춰낸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공정위가 초기 조사에서부터 관련 증거 확보에 실패했으며, 명백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해 적대적인 눈초리로 바라봤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이번 처분시효가 종료될 때까지 6차례에 걸쳐 한화의 수십여 계열사 조사와 참고조사를 진행해 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을 주는 조사가 장기간 진행됐으나 결국 혐의를 입증하지는 못 한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전원회의 때 이번 사안의 부당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을 했고, 적극 소명했다. 이에 5년 동안 끌어오던 사안이 증거불충분,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종결로 5년간 공정위의 '족쇄'에 무겁던 한화의 어깨는 더욱 가벼워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사업환경이 좋지 못하던 시기에도 호조를 보인 한화는 하반기에도 호조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이 많다. 하반기 방산사업·무역업 등 자체사업의 개선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측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와관련, "사업상 불확실성 제거라는 측면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와별개로, 한화솔루션의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해서는 다음달 심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