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헬기, 왜 안쓰지?-하] 국산헬기, 어떤 장점 있나
[국산헬기, 왜 안쓰지?-하] 국산헬기, 어떤 장점 있나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8.25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KAI
사진=KAI

1호 ‘국산헬기’ 수리온의 성장에 예상치 못한 제동이 걸렸다. KAI가 최근 진행된 중앙119구조본부의 헬기 입찰을 포기한데 이어, 이달 진행 중인 전북소방지부의 헬기 공모에서도 입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민간이 항공산업 진흥을 위해 거금을 들여 개발에 성공했지만, 국내 기관에서는 외면하는 모양세다. 특히, 업계에서 수리온이 임무에 필요한 안정성과 기술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더욱 아쉬움이 크다. 다행히 방산청과 경찰청 등에서 국산헬기 활용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내수에서부터 활용성이 낮아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편집자주]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글로벌 강국 사이에서는 내수 산업 보호를 위한 ‘신경전’이 한창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자국 산업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세계에서도 인정해준다. 군사력은 세계 상위권에 속하며, K시리즈를 단 전차와 자주포 등이 중동 등 지역으로 수출길에 나섰고, 큰 인기를 얻으며 이미 자리를 잡았다. 

국산헬기는 현재 성장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앞서 진출한 방산 제품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히 성장할 수도 있지만, 아직 충분한 경험제원이 없어 망설이는 국가들이 많은 상황이다.

■ 20년 넘게 써야 하는데...오래 보면 국산헬기가 ‘이득’

통상적으로 헬기의 수명은 약 20~30년으로, 구매 이후에도 오랜시간 정비와 관리가 필요하다. 

헬기 가격이 대략 200억원 안팎인 수준을 감안하면, 20년 동안 정기점검으로 사용하는 비용만해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산 헬기의 정기점검 비용은 2년에 약 13억원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산헬기는 약 3억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만 해도 외산헬기는 20년 동안 국산헬기를 사용함으로 110억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문제는 결함 등으로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하면 더 큰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품값도 국산에 비해 외산이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외산헬기는 국내에 정비팀이 없어 외국에서 인력을 데리고 와야한다. 

또 외산헬기는 헬기 구매과정부터 사용간 기술 문의 등에서도 부가적인 불편함이 따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산 헬기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실사를 나가야하고, 구매 후에도 문의 등에서 국산헬기에 비해 소요되는 시간과 금액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외산헬기와 비교해서 국산헬기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산헬기는 지속성 측면에서 외산헬기들 보다 시간과 금액 모두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국가간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같은 장점이 더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수리ㅣ사진=KAI
참수리ㅣ사진=KAI

■ 내수 효과 증진...수출 위한 ‘경험·신뢰’ 쌓아 줘야

국산헬기를 사용하면 내수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수출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향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산업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현재 KAI가 생산하는 국산헬기에는 약 250여개의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는 KAI가 담당하지만, 제작 과정에서는 국내 중소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며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선순환’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다양한 첨단기술이 집약돼 향후 핵심산업으로 평가받는 고부가 사업이기 때문에, 향후 발전 가능성도 높다.

더불어 헬기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국가들도 적은 것을 고려하면, 수출 가능성도 높다. 글로벌 국가들이 최근 ‘자국산 의무사용’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가 적은 헬기 시장은 확실한 ‘블루오션’ 시장이다. 다만, 국산헬기는 후발주자인 만큼 신뢰도와 경험제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이 남아있다.

이를 위해서 국산헬기의 ‘자국 사용’은 필수적이다. 만든 국가에서부터 사용률이 낮다면, 어떤 나라도 신뢰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업계에서는 국산헬기가 안정성과 시행착오를 줄이는 등 성장을 위해서도 내수 사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항공업계 한 정비사는 “국내 항공기도 처음에는 외산에 비해서 결함이 많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다만, 국내에 있기 때문에 정비가 용이하고, 경험이 쌓이면 이러한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제품도 초창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며 “국산헬기는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성장성과 장기간 사용을 염두하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라매=KAI
한라매=KAI

■ 국산제품 활성화 움직임...보다 명확한 정책 필요

최근 정부에서는 국산제품 활성화와 내수산업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우선, 소방청은 효율적인 소방헬기 운영을 위한 개선방안을 포함한 ‘국민 소방안전 강화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자체에 위임된 소방헬기 관리를 국가에서 통합하며, 지휘체계도 일원화한다. 이에 따라 소방, 항공 장비 등도 중앙에서 일괄구매하며 보다 명확한 구매 규격이나 가격 등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서도 국산 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가 발의된 상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국가·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향후 정부조달계약에서 국제입찰의 예외로 인정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국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긍정적인 시그널이지만, 업계에서는 보다 명확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먼저 소방헬기 통합관리에서 나아가, 지자체 개별 구매에서 중앙 일괄 구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방헬기의 특성상, 해당 지역 사용과 함께 필요시 전국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괄 구매는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득이다. 기종 단일화를 통해 장비 보수 등에 필요한 부품을 일괄 구매가 가능하고, 가격 또한 외산에 비해 국산이 저렴하다.

정재계 각층에서도 국가에서 정책 마련을 통해 국산헬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5월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제45차 총회에서 국산헬기를 구매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호응해 시도지사협의회도 수리온의 안정성 등을 홍보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김경수 지사는 “소방헬기 입찰 시 자격 조건이 외국산 헬기인 점을 지적해 '수리온'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해병대 '마린온' 사고는 부품 자체의 불량 때문이었고, 수리온의 안전성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안현호 KAI 사장도 지난해 10월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항공우주산업은 안정적인 고급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대표적인 선진국형 산업"이라며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산 헬기에 대한 많은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