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소생①] HMM, 5년간의 노력 가시화...부활의 '신호탄' 쐈다
[해운업계 소생①] HMM, 5년간의 노력 가시화...부활의 '신호탄' 쐈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8.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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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21분기만의 흑자전환 성공
하반기, 성수기 효과와 수요회복 기대
정부, 해운산업 지원도 탄력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와중에 HMM 팬오션 등 국내 해운업계가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본격적인 '반등'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HMM은 지난 12일,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387억원을 기록하며 21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신규 해운동맹 가입,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연달아 투입되면서 2분기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또 항로합리화,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 구조 개선과 운임상승 효과가 겹치며 컨테이너 사업과 벌크부문에서도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HMM은 이번 실적을 통해 부채비율을 지난 2015년 말 2499%에서 2분기 말 388%까지 낮추며 자본잠식을 해소하기도 했다.

자료=HMM
자료=HMM

■ 정부와 HMM의 5년간 뼈를 깎는 노력

HMM의 흑자전환은 정부와 HMM 임직원들이 오랜시간 노력을 투입해 얻은 값진 결과다.

앞서 HMM은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에 따라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물동량 감소에 따른 위기를 맞았다.

이어 2010년대부터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물동량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선박 대형화를 시작하며 운임비 '치킨게임'이 가속화됐다. 

당시 해운업계를 국가의 기간산업이라고 인식하는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해운사업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아 '한진해운'이 몰락하는 등 국내 해운업계 전반이 휘청거렸다.

이후 해운사들이 무너진 국가에서는 대형 해운사들에게 휘둘리며 큰 손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중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부지원, 합병 등을 통해 ‘빅 해운사’ 만들기에 나서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렸다.

결국 글로벌 해운업계는 대형 해운사를 중심으로 재편되기에 이르렀고, HMM은 이들의 운임비 경쟁에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뒤늦게 지난 2016년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원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후 정부는 해운산업 살리기 5개년 정책과 함께,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을 출범시키는 등 HMM의 전 사명인 '현대상선'을 살리기에 나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10위권의 글로벌 해운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이 가운데 8위까지의 해운사들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형화, 운임비 경쟁에서 밀리는 해운사들은 국가의 지원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MM 알헤시라스호ㅣ사진=HMM
HMM 알헤시라스호ㅣ사진=HMM

■ 하반기, 성수기 효과와 경제활동 회복 기대

HMM은 향후 전망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경제 활동 재개 및 동절기 원유 및 제품유 수요 증가, 철강 산업 호조로 철광석 물동량 등 점진적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HMM은 다음달까지 총 12척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안정적인 추가 화물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또 HMM은 고객중심의 차별화된 해운 서비스 제공, IT 시스템 개선 등 경영혁신을 통한 내부역량 강화와 영업 체질개선 등으로 수익성 개선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운산업의 하반기 시장 전망도 밝다. 통상 하반기는 연말을 앞두고 물량이 늘어나는 전통적인 성수기 시장이다. 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글로벌 국가들의 경제활동이 선진국 위주로 재개됨에 따라 운임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요가 급격하게 회복되면서 오히려 선복 공급간의 균형을 찾지 못해 불안정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만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사들간의 인수합병과 퇴출 등으로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의 집중도가 과거보다 높아졌다"며 "글로벌 선사들도 과거 치킨 게임을 다시 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HMM은 3분기 6척의 추가 2만4000TEU급 선박 투입을 앞두고 있어, 규모의 경제는 물론이고 선가 자체가 낮을 때 발주가 이뤄져 원가 경쟁력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개최된 ‘HMM Rotterdam’(에이치엠엠 로테르담)호 명명식 행사에서 이동걸 KDB 회장의 부인 오문자 여사가 밧줄을 끊고 있다.(좌측부터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배재훈 HMM 대표이사, 오문자 여사, 이동걸 KDB 회장)ㅣ사진=HMM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개최된 ‘HMM Rotterdam’(에이치엠엠 로테르담)호 명명식 행사에서 이동걸 KDB 회장의 부인 오문자 여사가 밧줄을 끊고 있다.(좌측부터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배재훈 HMM 대표이사, 오문자 여사, 이동걸 KDB 회장)ㅣ사진=HMM

■ 정부 '5개년 계획'도 탄력..."더 높은 도약 준비"

정부도 ▲한진공 중심의 지원 강화 ▲컨테이너선사 경영혁신 지원 ▲해운산업 지원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HMM의 현재 59만 TEU 수준의 컨테이너선 선복량을 오는 2022년까지 100만 TEU까지 확대해 미국 동부, 남미, 중동 등 신규항로를 개척할 예정이다.

더불어 최근 해운시장의 격전지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아에서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적선사간 협력방안 등을 제시하는 등 지원을 이어간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내 해운 전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선, 한진공의 선박 매입 후 재대선 사업에 운용리스를 추가하고 리스전문 선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원가경쟁력 향상과 안정적인 선박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

또 코로나19 등 유동성 긴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예외적인 신용보증을 제공하기 위해 올해 한으로 공사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해운산업 지원 인프라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청년 해기사를 대상으로 유럽 등 해외선사승선 실습을 지원하는 한편, 네델란드와 스페인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펀드 정책금융도 지원할 계획이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전반기는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해운산업 위상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면, 후반기에는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해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남은 계획기간 동안 오늘 발표한 해운 정책들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