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신동빈 오른팔' 황각규 부회장 퇴진...왜?
[이슈분석] '신동빈 오른팔' 황각규 부회장 퇴진...왜?
  • 박진형 기자
  • 승인 2020.08.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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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오른쪽)
논의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오른쪽) I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룹 2인자'로 불렸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13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황 부회장 퇴진 등을 포함한 롯데지주와 계열사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매년 연말에 정기임원인사를 실시한 점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 배경으로 코로나 펜데믹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업황이 흐리자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새 인물의 수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경쟁사에 비해 롯데가 코로나19 여파를 유독 강하게 받아 황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 두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98.5%, 90.5% 급감하며 부진에 빠졌다.

결국 이번 일을 통해 롯데 신동빈 회장은 자신의 측근까지 포함해 그룹 임직원에 대해 인사를 단행하면서 회사 내에 '위기의식'을 강렬하게 심어준 셈이다.

이번 임원인사에선 황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롯데물산·롯데렌탈·롯데액셀러레이터 등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교체됐다.

다만 황 부회장은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 역할은 유지한다.

황 전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와 함께 그룹의 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10대 그룹 고위 임원이 퇴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외부 변수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사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쇄신을 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인 만큼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황 부회장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이 회사의 상무로 부임한 신 회장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황 회장은 신 회장이 부사장으로 있었던 그룹 내 기획조정실 산하의 국제부장을 역임하면서 지근거리에서 지금까지 인연을 쌓아왔다. 

황 부회장은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 경영혁신실장을 맡으며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관리와 쇄신작업을 이끌었다. 2016년에는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등 비리 의혹 수사가 진행되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도 했다

2017년 10월 롯데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황 부회장은 신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듬해 1월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월 신 회장이 법정구속 되자 비상경영체제를 책임졌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이 석방된 뒤에도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미래 사업과 글로벌 사업 전략,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