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M&A] 현산-금호, 조만간 대면협상...접점 찾을수 있을까
[아시아나M&A] 현산-금호, 조만간 대면협상...접점 찾을수 있을까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8.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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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 대면협상 방법 두고 의견 조율 중
현산이 요구한 '재실사' 수용 여부가 관건
노딜되면 양측 계약금두고 소송 불가피할 듯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과 관련, 조만간 협상 테이블에서 만난다.

12일 현산과 금호산업에 따르면, 양측은 대표이사 간 대면협의를 위해 실무자들 간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은 현산의 계약마감일이 지난 11일 마감됐지만 당분간 최종 결론을 미룰 예정이다.

양측은 협상테이블에서 현산 측이 주장한 '재실사' 여부 등을 두고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면협상에도 '노딜'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지만, 인수합병에 양측의 이해가 맞물리는 만큼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 어렵게 만든 '대면 협상'...그동안의 과정은?

앞서,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은 11일까지 현산이 인수에 대해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거래를 종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3일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산의 12주간 재실사 서면 요청은 진정성이 없으며, 단지 거래 종결을 지연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지 판단하고 있다"며 "현산이 계속 기본적인 대면 협상에 응하지 않는 다면 거래 무산이 불기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현산은 모든 책임을 현산에 돌린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위해서는 '재실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산은 "재실사는 구두나 대면이 아닌 서류를 주고받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며 "진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원한다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시했다.

이후 금호산업은 지난 7일 "만나서 협의하자"고 현산에 또 한번 제안했고, 현산도 금호산업의 제안에 양사 대표들이 직접 만나 협상을 진행하자고 역제안을 펼치며, 결국 양측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협상에서 금호산업 측에서는 서재환 대표이사가 참석할 예정이며, 현산 측에서는 권순호 대표이사와 정경구 대표이사 중 한 명이 나올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협상을 위해 사전 주제와 내용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현산 관계자는 "양측 실무진이 협상 날짜 등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날짜가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현산-금호의 '동상이몽'...재실사 여부가 관건 될 듯

일단 금호산업과 현산의 협상 테이블은 조만간 마련될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선, 현산이 요구한 '재실사'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산은 인수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제시한 자료들이 충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재실사'가 인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금호산업은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요건을 이미 충족됐다는 입장이다. 또 인수 과정에서도 충분한 자료를 제공했다고 맞받아쳤다. 금호산업은 "현산은 계약체결 이래 현재까지 7개월 간 대규모 인수단을 파견해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모든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아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이번 대면협상에서도 재실사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현산은 대면협상에서 '재실사'를 만남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금호 측은 입장문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금호산업이 현산이 요구한 재실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신 현산이 요구한 12주간의 실사의 기간을 단축시키는 등의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다.

또 만약 양측이 재실사에 대해 1차적으로 의견 합의를 이룰 경우에는 정부의 추가 지원 규모와 채권단의 대출금 만기 연장 및 영구채 출자전환 여부, 그리고 매각 대금 협상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된다면, 현산 측에서는 인수를 결정한 시기와 비교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등이 높아진 것을 근거로 매각 대금 재조정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 양측의 날선 공방...노딜 책임은 누구에게?

현산이 금호산업과 산은 측에서 요구한 '대면협상'에 나서며, 노딜 이후 이행보증금과 관련한 국면도 재조정됐다. 현재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이행보증금으로 2500억원을 지급한 상황이다. 만약 거래가 무산되면 이 금액은 금호 측이 갖게된다. 

지금까지는 산은과 금호산업이 현산을 '진정성이 없다'는 근거로 귀책 사유가 전적으로 현산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 부행장은 "현산이 M&A 절차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다만, 계약금 반환 소송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산이 인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며 협상 테이블에 앉아 상황이 바꼈다. 현산이 채권단의 대면 협상 요청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산은 노딜 이후 소송을 통해 일부 금액을 환불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현산의 대면협상 수용을 두고, 현산이 이행보증금 소송을 대비한 '명분 쌓기'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종결일을 앞두고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산이 모빌리티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일 수도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국면에서 어느정도까지 현산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