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23번째 대책, 설익은 공급카드 통할까
[이슈분석] 23번째 대책, 설익은 공급카드 통할까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08.0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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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SBS CNBC
자료: SBS CNBC

7.10 대책이 나온 지 약 한 달. 정부는 또다시 23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번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파격적인 공급안'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가 약속한 물량은 서울권역 신규공급 13.2만호다. 공공분양 사전 청약 6만호, 기존 발표 공급예정물량 7만호를 만들겠다고 했다. 결국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선회해, 실질적인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신규공급방안은 크게 △신규 택지 발굴(3.3만호),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2.4만호)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7만호, 고밀 재건축 5만호·공공 재개발 2만호) △규제완화 등을 통한 도심 공급확대(5천호+@) 네 갈래로 구성돼 있다.

■파격 공급 대책 배경, "규제만으로는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을 보는 정부의 시선은 주거 선호도가 높고 가격 상승이 빠른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에 몰린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데 쏠려 있었다. 그래서 집값 상승의 '주범'인 투기꾼을 잡겠다며 줄곧 강성 규제책을 펼쳤다. 특히 지난달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구매자에 대한 세부담을 대폭 강화하고, 대출 규제 정책을 지속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에도 서울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은 가팔랐다. 외곽의 신규 주택 공급을 늘려도,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결국 8월, 인기 지역에 더 많은 집을 공급하는 안으로 선회했다.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 공급은 연 4만호로 늘었고 향후 3년간의 공급(연 4.6만호)도 양호한 추세지만, 2023년 이후에도 안정적인 주택공급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의 파격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다소 활기를 보이고 있다.

먼저 공급 확대를 위한 조합설립허가·건축허가·사업시행인가 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재건축·재개발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의 경우 조합 설립 시점부터 준공까지 9년~10년이 소요되는데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이 '허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추가 공급 대책으로 발표한 '정부 보유 토지에 대한 용적률 상향' 계획으로, 주로 공공주택 건설을 맡고 있는 중소형 건설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형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급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재건축·재개발의 용적률 완화는 과거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면서 "처음으로 '수요의 분산'이 아니라 '수요가 있는 지역에 공급한다'는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적용 여부를 떠나 정부의 공급 정책의 큰 틀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관건은 '조합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

다만 공공재건축 용적률 등이 핵심인 만큼 이번 정책 성패의 관건은 '재건축 조합의 동의'에 달려 있다.

정부는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 5만호의 내용은 용적률을 300~500% 수준까지 완화하고, 층수를 50층까지 허용키로 했다. 대신 준주거지역의 주거 비율 상한(90%) 및 공원 설치 의무 완화로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할 계획이다. 기부채납으로 환수한 주택은 장기공공임대와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조합의 실질적인 사업성 개선은 크지 않아 조합 측에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실제 재건축에서 250%에서 500%까지 용적률 상향이 이루어질 경우 늘어난 용적률의125%는 정부 소유, 나머지 125% 중 절반 수준은 초과이익환수로 회수되는 구조로, 실익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공공재건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앞다투어 밝히고 있다.

비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업계에 따르면 2만7천여가구에 달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중에는 공공재건축에 관심을 보인 단지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합들은 사업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단지 내 주차문제나 늘어날 주변 교통량 등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공공재건축은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수익성이 적은 데다 그나마 나오는 수익도 정부가 대부분 가져가게 된다"며 "이에 더해 용적률이 증가해 가구 수가 늘어나면 높아진 인구 밀도에 따른 교통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써 삐걱대는 지자체 vs 정부..."협의 미비에 국민 혼란"

지자체와의 협의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대대적인 공급안이 진행되려면, 해당 지역들과 한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것이 첫 번째 수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 당일, 3시간 만에 서울시는 반박에 나섰다.

서울시는 "도대체 어느 조합이 공공의 개입을 원하겠느냐"면서 "강남 재건축의 핵심인 35층 규제 완화도 없다"고 밝혔다. 

또 과천시는 정부과천청사 부지 활용에, 마포구는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활용에 이견을 제시했다. '관계기관 합동'이라고 낸 발표 자료와는 달리, 지자체와 이해당사자와의 추가적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가 제시한 방향을 따라도 되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신증권은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를 통한 7만호 공급은 이번 정책에서 서울 내 우수한 입지의 신규 공급의 주축이면서 전체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높은데, 계획이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추가적인 세부 가이드라인과 지자체별 규제완화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전세시장의 종말? 

여기에 전세 시장이 아예 소멸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대차 3법으로 세금 부담을 안게 된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와 계약 조건을 두고 분쟁이 지속되고, 저금리로 집주인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진 만큼 매물이 줄고 있어 전세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35% 감소했다. 이달 기록한 전세 계약 6000건대는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전세가 상승도 가파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같은달 서울의 전셋값은 0.29% 올라 전월대비 상승폭이 2배 가까이 커졌다. 전국적으로 전셋값은 0.32% 상승해, 올해 들어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임대인의 월세 선호 현상과 금리하락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로 주택 전세가격의 상승요인이 우세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전세, 월세 논란도 등장했다. 자신도 전세로 살고 있다는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임대차 3법이 세입자를 보호하기보다 전세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다"면서 "이 법(임대차 3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전세제도가) 소멸 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제도는 소득 수준 증가에 따라 소멸할 운명"이라며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 서민들 입장에선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 방법"이라고 답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시장 전망은 '물음표'

이번 정책 전망은 아직 미지수지만 보완할 부분은 확실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의 실효성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5만호의 공급 계획 실현 가능성으로, 이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봤다. 다만 "아쉬운 점은 민간재건축 활성화 방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임대주택 확대에 대한 조합원의 의견 조율에 시간이 필요해, 동의율(조합원 2/3 동의)이 필요한 재건축 사업의 추진을 가속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역시 "지자체와의 협의, 조합의 참여를 이끌어 낼 만한 실질적인 사업성 확보 제공을 어떻게 하는가가 (이번) 대책의 실효성과 시장 안정화 효과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