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人] '한국 제약업계, 큰 별이 졌다' ...한미약품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이슈人] '한국 제약업계, 큰 별이 졌다' ...한미약품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08.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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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창업주 故 임성기 회장
한미약품 창업주 故 임성기 회장

한국 제약업계 1세대로 불리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타계했다. 그의 나이 향년 80세. 국내 제약업계의 큰 별이 하늘로 올라갔다.

고 임성기 회장은 20대에 임성기약국을 시작으로 한미약품이라는 매출 1조원 글로벌 제약기업을 키워낸 국내 제약산업의 거인이다.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한 이래 '한국형 R&D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한미약품을 이끌며 일생을 헌신했다.

■ 20대 약사청년이 1조원 매출 글로벌 제약 기업 CEO로

고 임성기 회장은 1940년 3월 1일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다. 그 뒤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약국'을 열고 후에 '한미약품'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미약품 설립 초기에는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 판매를 통해 회사의 성장기반을 다녔으며, 이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개량신약인 '아모디핀'과 '아모잘탄'을 선보이는 등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1987년 한국 제약업계 최초로 글로벌 제약기업 로슈에 항생제 제조기술을 수출했으며, 1997년에는 또 다른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젼' 제제 기술을 역대 최고 규모인 6300만 달러에 기술이전을 했다. 노바티스와의 계약 성과는 당시 IMF로 고통받던 대한민국에 큰 희망이 됐다.

2003년 국내 최초의 개량신약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을 출시해 한국 제약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으며, 2009년에는 국내 최초의 복합신약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을 기반으로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의 초석을 닦았다.

■ "신약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국내 개량 신약 R&D의 선구자

고 임성기 회장은 국내 최초의 개량신약, 복합신약을 탄생시키고 국내 최초로 기술수출에 성공하는 등 국내 제약산업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과거 너도나도 제네릭에 몰두하고 있을 때부터 신약개발에 집중하며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었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제약업계는 개량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미약품은 매년 연구개발에 매출의 10% 이상을 투자하며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2010년 창사 이래 첫 적자까지 경험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임 회장은 신약개발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글로벌 제약기업에 잇따라 성사시키며, 한국을 역동적인 제약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그해 계약을 체결했던 여러 신약이 반환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임 회장은 전체 임원 회의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외롭고 힘들지만, 그 길에 창조와 혁신이 있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임 회장은 헌혈 활동과 기부에도 적극적이었다. 임직원들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았다. 회사의 성과를 임직원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2015년 대형 성과를 창출한 이듬해 2800여명에 이르는 그룹사 전 임직원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시무식에서 “제약강국을 이루기 위해 올해는 각 부문에서 내실을 더욱 탄탄히 다져야 한다"며 "한미의 혁신 DNA를 다시 일깨워 효율과 실질로 꽉 채운 한미약품을 만들자”고 말했다.

한미약품그룹 임직원은 한마음으로 "고 임성기 회장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며, "제약강국을 향한 당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제약업계의 큰 별이 된 그의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진다. 발인은 6일 오전이며,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