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왕좌왕 부동산 정책과 '고공행진' 집값
[기자수첩] 우왕좌왕 부동산 정책과 '고공행진' 집값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07.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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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비즈트리뷴DB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는 22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을 실수요자에게 돌려주겠다고 자신했다. 다주택자와 법인·매입임대업자에 화살을 겨누고, 집값을 떨어뜨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담이 무색하게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향하고 있다. 

우선 잡겠다던 집값이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06% 상승했다. 이번 주까지 7주 연속 상승으로, 상승폭은 조금 줄었다지만 여전히 오름세인 건 그대로다. 게다가 정부가 '때리기'에 집중했던 주택소유자들이 '버티기'에 나서면서,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던 전셋값은 오르고 있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서울 전셋값은 56주 연속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집주인들도 할말은 많다. 세법이 또 개정돼서 집은 팔 수 없고, 세금낼 돈을 미리 마련해야 하니 전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용을 더 부담하거나, 이를 감당하기 힘든 서민들은 반전세로 전환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챙기겠다던 서민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낮은 이자로 자금 유동성이 커졌고 비규제지역 거주도 대안이라지만, 여유가 없는 서민들이 당장 살던 집과 일터를 버리고 새집을 살 리도 만무하다. 더욱이 수도권에선 주택담보대출도 어려워졌다.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가진 청약이나 공공주택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집 살 길은 더욱 멀어진 것이다.

자료: 비즈트리뷴DB

23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부동산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 국민의 걱정이 크다는 지적에 나온 답변이다. 무엇을 사과하는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추정해보면, 여전히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아 집값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 대한 인정과 사과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정책의 성패를 '죄송하다'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부동산 문제는 너무 큰 문제다. 국민이 살아갈 최소한의 요건, 즉 한국 사회 안전망의 기반인 '집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정부가 놓친 것은 이렇듯 중요한 문제에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펼친 점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이번 부동산 정책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업계와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시 귀담아 듣고, 올바른 방향을 잡아 다시 구체적인 보완책을 꾸려야 한다. 다만 '수습'을 목적으로 급하게 다시 내놓는 주먹구구식 대책이 아닌,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인 고심책이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물러설 자리는 없다. 이미 규제의 악순환이 반복된 상황에서 또 다시 실패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을 칠 공산이 크다. 빈대(투기세력) 잡으려고 초가삼간(부동산 시장)을 태우는 행태가 되지 않으려면 현 부동산 시장을 찬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투기꾼 탓으로 돌리거나 갑자기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도 말아야 한다. 스무번이 넘는 투쟁을 하는 동안 사회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 만큼 이번 정부에서 24번째, 25번째 '급'대책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