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위기의 항공업계...M&A마저 불발 우려에 '침울'
[이슈분석] 위기의 항공업계...M&A마저 불발 우려에 '침울'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6.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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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위기를 맞은 항공업계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당분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도 난항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사진=제주항공

■ “하반기 무너지면 버틸 힘 없다”...정부 지원 늘리자는 목소리도

코로나19가 확산으로 여객수요가 사실상 ‘제로’가 되면서 항공업계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분기 항공업계는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가 타격을 받으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566억원, 20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저가 항공사인 티웨이항공과 부산항공 등도 큰 폭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에 항공사들이 화물적재율 개선과 임직원 휴직, 유류비 감소 등으로 실적방어에 나선 상황이지만,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태다. 화물운송이 기존 항공사들의 수익 가운데 차지하는 부분이 20%에 불과하고, 휴직도 무한정 이어가기에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반기까지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질 경우다. 1, 2분기 항공사들의 사실상 유일한 실적이었던 화물 운송을 진행하는 항공사들이 늘어나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또 7~8월이 항공업계 성수기인 만큼,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항공업계 지원을 확대해야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은 항공사 7곳의 작년 말 기준 자산 합계는 44조9000억원으로, 자산 대비 7.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 1조7000억원, 저비용항공사가 3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미국과 독일 등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봤을 때 크지 않은 금액이다. 미국은 약 25조원을 항공업계에 지원했으며, 독일과 프랑스도 각각 12조원, 20조원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산 대비 비중도 10%에 육박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분기까지는 자구책으로 어찌어찌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하반기까지 불황이 이어질 경우 항공사 자체적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보잉787-9/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787-9/사진=대한항공

■ 이스타, 아시아나 M&A도 난항...“빠른 결론 필요”

최근 항공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선, 올해 상반기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됐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하반기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문제 등으로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지난 26일, 이스타항공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제주항공 측에 이사·감사선임을 위한 추천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거래 종결일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사와 감사 후보 명단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 주총이 무산됐다.

이어 29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의원의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의 약 39.6%(약 41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헌납을 통해 이스타항공은 250억원으로 추정되는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주주가 회사를 포기하고 헌납까지 하게 된 상황에 회사를 대표해 송구함과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제주항공이 당초 약속한 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 작업을 서둘러주기를 1600명 임직원과 함께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도 매각 작업에 ‘정지등’이 켜진 상태다. 다만, 지난 25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전격 회동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이 그나마 최근 가장 진전된 성과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지난 9일 채권단에 인수 작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서면으로 요구한 이후 2주 넘게 또다시 침묵 모드를 유지했었다. 다만, 이 회장이 회동에서 정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단을 촉구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후 본격적인 재협상 테이블이 마련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항공업계 인수합병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해당 항공사들의 어려움만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