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히스토리①] '49돌' 새우깡 요즘 화제라던데
[과자 히스토리①] '49돌' 새우깡 요즘 화제라던데
  • 박진형 기자
  • 승인 2020.06.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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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깡 열풍'과 함께 농심 새우깡이 화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깡'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새우깡이 '1일 1깡'의 패러디 소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우깡이 비의 노래 '깡'과 함께 '밈(meme)'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인기에 새우깡은 최근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새우깡이 '깡' 열풍에 자연스레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국민스낵'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출시 49년을 맞는 지금도 새우깡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1970~80년대 새우깡을 맛보면서 자란 어린이는 이제 부모가 돼 자식과 함께 새우깡을 즐기고 있다. 새우깡은 국민스낵, 국민안주, 국민먹거리로 불리며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어린이까지 모든 세대가 즐겨먹는 스낵이 됐다.

현재 새우깡은 연간 약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스낵시장을 이끌고 있다.

1971년 새우깡 이미지 I 사진=농심
1971년 출시된 새우깡 I 사진=농심

■ 국내최초 스낵 타이틀

농심이 설립된 1965년부터 1970년대까지는 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해 시장규모 자체가 매우 협소했고, 춘추전국시대처럼 각 사간의 경쟁이 치열한 시기였다.

고난의 행군을 걷고 있던 농심은 1971년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이 현재의 일주일 매출액 수준도 안 되는 203억원에 불과했다. 판매부진에 미수금 누적까지 악화일로였다. 한때는 회사매각의 위기에도 몰렸다.

그러다 반전이 일어났다. 농심이 국내 최초로 소고기 라면을 출시하면서다. 이 제품은 별식 중의 별식으로 큰 각광을 받았다. 보릿고개를 넘던 1970년 당시 소고기는 잔치 때나 명절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소고기 라면이 큰 히트를 치면서 회사 사정이 점점 호전돼 갔고, 이런 상황에서  라면이 아닌 '스낵' 개발로 본격적인 성장을 꾀하게 된다. 바로 '새우깡'이다.

새우깡 지면광고 I 사진=농심
새우깡 지면광고 I 사진=농심

■ 1년, 365일 밤샘연구… 농심 살린 '새우깡의 기적'

새우깡이 출시됐던 1971년 당시에는 다른 제과업체들은 비스킷과 캔디, 건빵 위주로 생산했다. 지금의 '스낵'과 같은 먹거리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농심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스낵을 만든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국내 최초로 스낵개발에 나섰다.

백지상태에서 개발을 시작하다 보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농심 연구원들은 1년간 밤을 꼬박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했다.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t 트럭 80여대 분에 이를 정도였다. 1970년대 초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이유는 새우깡의 세주픔을 만드는 과정에서 튀김온도가 적절치 않아 수도 없이 태우는 과정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또 가장 먹기에 적당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핸 실험도 수백 번이나 해야 했다.

수많은 실험 끝에 새우깡이 출시됐다. 그 동안 흘린 땀방울이 보상을 받은듯이 새우깡은 생산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지방영업소에서는 선금을 들고 찾아오는 도소매점주들로 문전성시였고, 대방동 공장에는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새우깡은 첫해 20만6000박스, 그 다음해는 20배 넘게 증가한 425만 박스가 생산됐다. 당시 새우깡 가격은 50원(100g). 70년대 초 어려움을 겪던 농심의 사세는 새우깡의 히트로 위기를 벗어나 성장을 지속하게 됐다. 새우깡이 출시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회사 전체매출이 350%나 성장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 '생새우'로 살린 풍미

농심은 1971년 국내 첫 스낵 개발에 나서며 맛도 좋고 칼슘도 풍부한 새우를 주 재료로 결정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소한 새우소금구이 맛을 살리자는 게 제품의 개발 콘셉트였다. 고소하고 짭짤한 맛은 남녀노소 질리지 않고 유행도 타지 않을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농심은 새우의 맛과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생새우를 갈아 넣는 방법을 택했다. 실제로 새우깡 한 봉지(90g)에는 5~7cm 크기의 생새우 4~5마리가 들어간다. 새우깡 특유의 고소한 새우 풍미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다. 농심은 이 맛을 지키기 위해 최고 품질의 생새우 사용만을 고집하고 있다. 

■ 기름에 튀기지 않고 소금에 구워

일반적으로 과자는 기름에 튀겨 만들지만, 농심은 최적의 맛과 조직감을 살리기 위해 가열된 소금에 굽는 방법으로 새우깡을 만들었다. 기름지지 않으면서, 적당히 부풀어올라 특유의 바삭한 조직감을 구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공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도 농심이 독자적으로 이 공법을 개발하기 위해 수없이 실험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노력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 완성된 새우깡은 이후 출시된 모방제품과 차별점을 둘 수 있었다.

타사 제품들은 외형은 비슷했지만, 소금에 구워 담백하고 바삭한 새우깡 특유의 맛과 품질을 따라올 순 없었다.

사진=농심
사진=농심

■ 새우스낵·새우튀밥·새우뻥

새우깡이라는 이름 역시 소비자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브랜드명은 농심 신춘호 사장의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 아리깡'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당시 새우스낵, 새우튀밥, 새우뻥 등 갖가지 이름이 거론됐지만, 딱히 '이거 다 싶은 게' 없었다. 그러다 어린 딸이 잘못 발음한 '아리깡'에서 '아리'를 떼고 '새우'를 붙여봤더니 신기하게 잘 어울렸다. 신 사장은 새우와 깡을 결합해 '새우깡'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새우깡이 히트한 이후로도 농심 스낵제품에 '깡'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감자깡', '고구마깡', '양파깡' 등의 제품을 출시했고 타사에서도 이를 원용하고 있어 '깡'은 스낵을 대표하는 명사가 됐다.

■ 새 옷 갈아입은 새우깡

농심은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새우깡에 새옷을 입히며 젊은 이미지를 부각했다. 새 포장 디자인은 새우를 의미하는 주황색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금색 배경은 그대로 유지하되, 새우깡의 핵심 아이덴티티인 새우 이미지를 더 큼직하고 먹음직스럽게 표현했다.

'튀기지 않고 구워 만든 스낵'이란 문구를 앞면에 새겨 넣어 새우깡 특유의 담백한 맛을 강조했다.

이번 디자인 리뉴얼은 6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농심은 그간 10여 차례 새우깡의 패키지 디자인의 변화를 주며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