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메디톡스-上] 국내 1호 보톡스의 시장 퇴출...식약처 "자료조작엔 무관용 원칙"
[위기의 메디톡스-上] 국내 1호 보톡스의 시장 퇴출...식약처 "자료조작엔 무관용 원칙"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06.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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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본사 전경 ㅣ 연합뉴스

토종 보톡스로 유명한 메디톡스가 벼랑 끝에 몰렸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3개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메디톡신은 2006년 국내 1호 보톡스로, 허가를 받은 지 14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이다. 메디톡스는 행정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미간주름 개선 등 미용 성형 시술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일종이다. 메디톡신은 메디톡스의 연간 매출 약 40%를 차지하는 주력제품으로 향후 회사가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토종 보톡스 '메디톡신'...어쩌다 허가 취소까지

식약처는 지난 25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메디톡신주, 메디톡신주50단위, 메디톡신주150단위에 대해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메디톡신주의 일부 제품이 제조 과정에서 허가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원액을 사용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제보에 따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어 지난 4월 17일부터 '시험성적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메디톡신주 3개 제품(150·100·50단위)의 제조·판매·사용을 잠정 중지시키고,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검찰도 메디톡스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생산과정에서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고도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제품의 품질 등을 확인한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났을 때도 적합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했다.

또한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이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원액을 바꾸고 시험성적서 등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메디톡스는 "식약처 처분의 근거 조항은 의약품이 현재 '공중위생상의 위해'를 초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해당 제품은 2012년 12월∼2015년 6월 생산된 것으로 오래전에 소진돼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어떠한 공중위생상의 위해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유통 가능한 제품은 2017년 4월 이후 제조된 의약품으로 식약처의 유통 제품 수거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지난해 진행된 특별 약사 감시 및 유통 제품의 무작위 수거 검사에서도 유효기간 이내 제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메디톡스가 제조·품질 관리 서류를 허위로 조작해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메디톡신 3개 품목은 허가 취소, 또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이노톡스'는 제조업무정지 3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1억7천460만원을 처분했다. 이와 함께 메디톡스에 허가 취소된 메디톡신 3개 품목이 유통되지 않도록 회수·폐기토록 명령했다. 3개 제품을 보관 중인 병원에도 회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등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처분취소 청구 소송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낸 상태다. 메디톡스는 약사법 위반 사항은 일부 인정하지만,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품목허가 취소는 가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식약처 '무관용원칙' 천명...여타 분쟁에도 영향?

식약처는 이번 메디톡신의 허가취소 사건을 계기로 서류 조작 행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식약처는 제조·품질관리 서류에 허위 기재, 데이터 조작이 없도록 데이터 작성부터 수정, 삭제, 추가 등 변경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관리지침을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시험 결과뿐만 아니라 시험 과정 전반에 걸친 데이터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장점검 등에서 의약품 제조·수입업체가 이런 관리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데이터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간주하고 엄중하게 처벌할 계획이다. 시판 전 마지막으로 품질을 확인하는 국가출하승인 제도 운영과정의 미비점도 개선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이 위해도가 낮은 의약품의 국가출하승인시 별도의 국가검정 없이 서류검토만으로 승인해주는 점을 악용한 조작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위해도가 가장 낮은 의약품이라도 무작위로 제조번호를 선정, 국가검정시험을 하는 등 서류 조작 시도를 차단할 예정이다.

서류 조작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허가·승인 신청 제한기간이 기존 1년에서 5년으로 확대되고, 징벌적 과징금 기준도 상향된다. 서류를 조작해 국가출하승인을 신청했을 때 허가를 취소하도록 하는 쪽으로 약사법도 개정하기로 했다.

단, 품목허가를 취소한 3개 제품의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국내외 임상논문, 일정 기간 효과를 나타낸 후 체내에서 분해되는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에 따른 것이다.

이는 메디톡스가 그동안 밝혀왔던 입장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메디톡스는 무허가 원액, 허위 서류 기재 등은 인정하지만 메디톡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문제가 된 메디톡신 제품은 2012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생산한 제품이어서 이후 유통된 제품과도 관련이 없다.

현재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도용을 둘러싸고 분쟁 중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훔쳐 '나보타'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공식제소하고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렸으나, 관련 업계에서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미국 ITC 예비판정은 지난 5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한 달 가량 미뤄졌다. 다음 달 6일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판정은 11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