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人] 배터리 동맹 강화 행보...'정의선-구광모 만난다'
[이슈人] 배터리 동맹 강화 행보...'정의선-구광모 만난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6.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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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신년인사회 참석한 기업 대표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정부신년인사회 참석한 기업 대표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재계 오너들이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전반이 휘청이는 가운데, 유망한 미래 사업 중 하나인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뭉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오는 22일 LG화학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전기차 관련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SDI의 천안사업장에서 만남을 가진 후, 두번째로 진행되는 다른 그룹 총수와의 회동이자 배터리 공장 방문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공식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와 LG화학은 이미 전기차 협력관계다. 현대차 전기차에는 주로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다. 2022년 출시될 전용 플랫폼 전기차에도 LG화학이 공급사로 선정됐다.

또 양사는 지난 18일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교류 확대를 통해 전략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고객가치를 혁신하는 미래 핵심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역시 SK이노베이션에서 주로 기아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내년에 출시될 전용 플랫폼 전기차 물량을 대거 따내기도 했다.

구광모 LG 회장
구광모 LG 회장

코로나19로 경영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만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외부 행사는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자주 만나는 사이지만, 업무상 일대일로 만나거나 상대방 사업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공개된 적은 거의 없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는 국내 3사의 총수를 연쇄 회동하는 것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공급 확대 정책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강한 환경 규제와 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공급이 증가하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수급이 부족한 형국이다. 업계와 시장조사기관은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배터리 물량 부족에 따른 '배터리 대란'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기차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가 국내 배터리 3사와의 '얼라이언스'(동맹)를 강화해 배터리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연합뉴스

현대·기아차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이 2만4116대로 세계 4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전기차 생산·판매에 공격적이다. 해외 업체인 폭스바겐 등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급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배터리 3사를 둘러본 후 한 곳을 골라 합작회사를 설립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다만, 글로벌 배터리 3사를 국내에서 보유한 만큼 특정 회사와 손잡는 합작사보다는 3사와의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이다.

더불어 재계에서는 앞으로 현대기아차와 삼성-LG-SK 등 4대 그룹이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 개발을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전기차 등 미래차는 '한국판 뉴딜'로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정부가 보내는 마중물에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도 전기차 관련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며 호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경기 부양책 일환으로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면서 전기차에 초점을 맞췄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