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장·차관 10여명 총선 차출론도…여야 '험지 공략' 기선잡기
전현직 장·차관 10여명 총선 차출론도…여야 '험지 공략' 기선잡기
  • 구남영 기자
  • 승인 2019.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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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총선 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여야에 이른바 '험지 출마론'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여야 지지율 격차가 박빙인 상황에서, '안갯속' 국면에 접어든 총선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험지에서부터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에선 10명 안팎의 현직 장·차관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국방·경제분야 전문성을 갖춘 데다 장·차관을 지내며 대중적 인지도를 겸비했기에 승부수를 던질 만하다는 계산에서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당 복귀와 총선 출마를 필두로 인기 있는 전·현직 장관을 차출해 총선 승리에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낌 없이 쓰겠다는 것이 여당의 속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내년 4·15 총선에 대해 "우리가 재집권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조기 총선 체제로 돌입한 민주당은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과 김학민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험지'에 출마할 후보군으로 1차 발표했다.

김용진 전 차관과 김학민 교수, 황인성 전 수석은 각각 자신들의 출신 지역인 경기 이천과 충남 홍성·예산,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출사표를 던진다. 이들이 출마하는 지역은 모두 민주당에겐 취약지역으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현재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역구를 맡고 있다.

민주당은 첫 험지 전략으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지역 인사들을 수혈함으로써, 조기에 선거 교두보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취약 지역부터 후보를 공개함으로써, 이들에게 선거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해주기 위한 전략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에서는 이들 뿐만 아니라 현직 장·차관들도 추가로 험지에 차출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이다. 이들 또한 서울 서초 지역과 경남 진주 등 민주당의 전통적인 험지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취약한 경제 분야 인재 수혈을 위해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구윤철 기재부 2차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차출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홍 부총리는 강원 춘천, 구 차관은 경북 성주, 성 장관은 대전이 고향이다.

다만 조국 사태를 거치며 '인사청문회 포비아'가 상당한 점은 현직 장관 차출에 부담으로 꼽힌다. 청와대와 여당 모두 후임자의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에 확실한 결단이 서야만 차출이 실제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직 관료 가운데선 '소신 발언'으로 야당에서도 눈독을 들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사무총장은 "당에서 다 취합하고 논의를 해서 공식 결론을 내린 뒤 청와대에 한꺼번에 요청을 할 계획"이라며 "(험지 출마 여부가) 구분돼 있는 것은 아니고, 당에서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으면 (차출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교육정책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배재학당 출신인 이승만 전 대통령 흉상을 살펴보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잠룡'으로 불리는 대선후보군과 전·현직 지도부, 중진 의원들을 향해 내년 총선에서의 험지, 그 중에서도 수도권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중량감 있는 인사들부터 공격적으로 선거에 임하면서 자신을 내던져야 총선 정국 전반을 주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대상에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해당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에서 김병준 전 위원장의 경우는 "당이 요구하면 험지 출마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에서 변함없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잠룡의 험지 출마 요구는 '중진 용퇴론'을 언급한 김무성 의원의 입에서도 나왔다. 김 의원은 "(잠룡들은) 현재 나라를 망치는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들을 잡겠다는 의지로 한국당에 불리한 수도권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 본인은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한국당 내부의 목소리가 결국은 황교안 대표를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이기도 한 황 대표부터 나서 수도권에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황 대표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는 이 당에 들어온 지 1년도 안 됐다. 당에 공헌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며 "이번 총선에서는 부디 당을 잘 지휘해서 압승을 할 수 있도록 강북 험지로 나가 한국당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