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또’ 매각 위기 놓인 쌍용차, 솟아날 구멍있을까
[이슈분석] ‘또’ 매각 위기 놓인 쌍용차, 솟아날 구멍있을까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6.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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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지배권 포기 방침을 재차 언급하면서 쌍용차가 또 다시 매각 위기에 놓였다. 

이 가운데 정부가 기간산업안정지금에 완성차 업체를 포함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쌍용차의 위기가 경쟁력 부족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향후 정부의 지원도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고용 안정 등을 고려하면 지원을 해야한다는 의견과 이번 위기가 단순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 후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지적이 대립하며 이번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쌍용차, 티볼리G1.2T유럽온라인론칭/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 티볼리G1.2T유럽온라인론칭/사진=쌍용자동차

■ 쌍용차, 마힌드라와 결국 이별할 듯...“새로운 투자자 필요”

지난 15일 외신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쌍용차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1954년 하동환자동차를 모태로, 1977년 동아자동차를 거쳐 1986년에 쌍용차가 됐다. 이후 외완위기를 거치며 쌍용그룹에서 대우그룹으로 넘어갔지만, 대우그룹 역시 외환위기에 타격을 받으며 결국 채권단에 넘어갔다.

이어 2004년에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지만, 상하이차는 ‘기술 유출’ 논란만 키운채 한국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쌍용차는 지난 2011년 현재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을 만났다.

다만, 마힌드라와 쌍용차의 동행은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가 코로나19 여파를 벗어나기 위해 수익성을 내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에만 투자를 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가 나온다면 마힌드라는 지분율을 내리거나 투자자가 마힌드라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의 매각이 사실상 현실화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지난 12일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투자 확보를 위해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위기의 쌍용차...정부, 다시 한번 기회줄까?

마힌드라가 쌍용차와 결별하면서, 쌍용차는 정부의 기안기금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정부의 기안기금 규모는 약 40조원으로 조선·해운·항공 산업 등에 지원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로 코로나19 사태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완성차 기업에도 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한 상태다.

현재 쌍용차는 당장 다음달 6일과 19일에 각각 700억원, 2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는 산은 대출을 갚아야 한다. 더불어 업계에서는 신차 개발과 출시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쌍용차가 총 5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쌍용차는 이를 위해 부산 물류센터와 서울 구로 서비스센터 부지 등 자산매각을 통해 약 2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마힌드라가 지원한 400억원을 합치면 필요한 자금 가운데 절반을 확보한 셈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가 정부에게 바라는 지원은 약 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기안기금 심의위원회는 오는 18일 회의를 통해 지원 일정과 대상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자동차산업 살리기 현장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에 대한 지원은) 결정된 바 없다"며 "기안기금의 지원 여부는 운용심의위원회를 통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지난달 판매실적/자료=쌍용자동차
쌍용차 지난달 판매실적/자료=쌍용자동차

■ 업계도 지원 두고 의견 갈려...정부도 선택에 '부담' 따를 듯

업계 안팎에서도 쌍용차의 기안기금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선, 약 5000여명의 쌍용차 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지원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특성상 쌍용차가 무너지면 한 지역의 경제가 무너질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완성차 업체가 무너지면 업계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로 자동차 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다른 부품 업체들이 쌍용차가 무너진 여파를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안기금이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기간산업을 살리기 위한 취지인 만큼,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코로나19 여파로 쌍용차를 매각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경쟁력을 상실한 쌍용차에 대한 지원은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쌍용차가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향후 적자를 극복하고 반등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쌍용차는 지난 2017년부터 국내 SUV(스포츠유틸리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랜시간 적자를 이어왔다. 현재는 1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자본잠식률(3월말 기준)도 71.9%로 전방위적인 위기에 놓여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지원을 두고 정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업계와 국민을 납득 시킬만한 이유를 들고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를 진정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이번 지원과 더불어 다른 후속 지원들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가 기간산업을 살리고자 한다면 단순 지원이 아닌 인수 등의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