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구속 피한 이재용 부회장...향후 행보 관심
[이슈분석] 구속 피한 이재용 부회장...향후 행보 관심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6.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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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속영장 기각...삼성 "구속 필요성 없다는 취지"
재계, 반도체 대규모 투자 등 공격적인 경영활동 기대
사법 리스크 잔존..."경제 극복하는데 역할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기각된 가운데,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반도체 2030', M&A(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어려움 속에서 아직 검찰의 기소 가능성 및 구속영장 재청구 등 사법리스크가 남아 있어 당분간 내실을 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 검찰의 무리한 영장요구?...삼성은 일단 '안도'
 
법원은 이날 검찰의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증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이날 새벽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검찰은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를 진행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앞서 검찰이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혐의에 대해 1년8개월의 시간 동안 삼성 경영진을 100차례 이상 소환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을 요청한 가운데, 검찰이 이 부회장의 구체적인 개입 정황을 밝히는데 자신감을 표하며 진행한 구속영장 청구에서도 소명을 밝히지 못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을 두고 삼성은 일단 경영권 공백을 피할 수 있어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 재계, 공격적인 경영활동 기대...'뉴삼성 속도 붙나'
 
이 부회장이 구속을 모면하면서 재계에서는 '뉴삼성'의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 대국민사과 등에서 여러번 강조한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반도체와 M&A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대국민 사과에서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삼성을 시스템 반도체 분야 1위로 올려놓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 일환으로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평택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한편, 중국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직접 찾아 현장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향후에도 대규모 투자금을 풀어 반도체 사업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택사스 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의 증설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삼성이 향후 중장기 경영 전략에 초점을 맞추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진행될 글로벌 투자와 M&A, R&D(기술개발) 시도 등도 기대된다.
 
이 부회장이 앞서 지난 2018년 석방 6개월 뒤에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사업에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전례가 있어 대규모 투자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기업가치 향상에 집중할 것"이라며 "삼성이 지난 1분기 보유한 순현금 97조5000억원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M&A 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시작한 상황에서, 일단은 구속을 피하며 그동안의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며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나 빅딜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아직 남아있는 리스크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삼성은 일단 안심한 상황이지만, 아직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우선,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분쟁 심화 등에 따른 불안정한 경제 환경이 조성되는 가운데, 아직 이 부회장과 관련된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부담스럽다.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지만, 검찰의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검찰의 기소 및 구속영장 재청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이 보강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게 된다면 이번과 같은 일을 또 겪어야 하고, 불구속 기소를 하면 재판 일정을 소화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절박함을 호소하며 소집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오는 11일 개최 여부를 앞두고 있어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심의위원회가 소집되더라도 국민의 판단에 결정을 맡긴 만큼, 국민의 선택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삼성은 앞서 호소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삼성의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고,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