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아시아나 인수단 6개월 만에 철수한다
HDC, 아시아나 인수단 6개월 만에 철수한다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05.3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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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HDC MALLㅣ비즈트리뷴DB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가 점점 약화되는 모양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준비를 위해 파견했던 HDC그룹의 태스크포스팀(TFT)의 일부가 반년여 만에 철수됐다.

HDC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이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파견 인력마저 철수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미래에셋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 내 불협화음과 코로나19로 불투명해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환경 등의 이유가 반영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DC는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파견했던 인수준비단 인력의 절반을 다음주 복귀시킬 계획이다. 이형기 전무를 필두로 하는 인수준비단은 지난해 11월 HDC에서 출범한 조직으로, HDC그룹 내 각 부문 전문가들이 참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과 인수 이후 통합(PMI) 작업을 목표로 꾸려졌다.

출범 당시만 해도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졌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지지 아래 회계법인·로펌 등 인수단을 꾸려 컨설팅 진행은 물론, 아시아나항공 임원들과 1대1 면담을 하는 등 전방위적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HDC 측은 상반기 내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며, 아시아나항공의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HDC의 한 관계자는 "오래 준비한 만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DC와 미래에셋그룹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구주 인수에 3228억원을 지급하고, 유상증자 2조1772억원으로 경영정상화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편이 급감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HDC는 아시아나항공이 큰 적자를 내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자 인수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지만, 대규모 적자로 경영정상화 비용이 예상보다 더 투입돼야 하는 상황에 HDC의 고민이 깊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HDC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려고 했던 유상증자 대금 납입 일정 역시 미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4분기 2082억원의 영업손실, 54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부채비율은 6280%까지 불어난 상태다. 이에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긴급 경영자금으로 1조7000억원을 지원하겠다며 HDC를 설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HDC가 파견 인력을 철수하면서, 업계에서는 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 자체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인수합병(M&A) 관계자는 “파견 인력의 철수는 실사를 마치고 인수작업을 마무리 짓거나, 인수 의사 자체를 포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