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전자가 해외로 공장 옮기는 이유
[기자수첩] LG전자가 해외로 공장 옮기는 이유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5.21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와 국내 기업들간의 불편한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정부가 이른바 '리쇼어링(해외제조시설 국내복귀)'을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 거점을 통한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있기 때문이다.
 
리쇼어링은 최근 글로벌 트랜드라 봐도 무방할 만큼 많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며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한국 기업들의 유턴을 강조하는 등 리쇼어링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국내로 돌아온 기업 공장의 이전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수도권 공장 입지규제를 완화하는 등 지원책을 꺼내들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지원들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생긴다. 각종 규제와 높은 인건비, 노조 문제 등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실제 무역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을 꺼내든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로 돌아온 유턴 기업 수는 연평균 1.04개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해외에 공장 거점을 만드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일 구미 공장이 TV라인 2개를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찌비뚱(Cibitung) 공장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유럽에 위치한 폴란드 므와바 공장, 북미 멕시코의 레이노사/멕시칼리 공장에 이어 현지 거점 생산을 통해 효율화 전략을 이어나간다는 취지다.
 
LG전자는 이번 공장 이전으로 찌비뚱 공장의 생산능력이 50%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의 최저임금이 한국돈 15만원 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건비 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정은 LG전자 뿐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해외에서 수출용 TV를 생산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내수용 TV라인도 지난 2018년에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공장에서 단순 생산 업무를 진행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이에 대해 대부분 직원들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계에서도 기업들의 이같은 결정을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제약이 많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어깨가 나날히 무거워지는 가운데,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은 당분간 난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국내 일자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정책이 기업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이 상호간의 의견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서로가 공생할 수 있는 보다 결단력있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