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증권사 1분기 실적...코로나19에 '흔들'
[이슈분석] 증권사 1분기 실적...코로나19에 '흔들'
  • 어예진 기자
  • 승인 2020.05.1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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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 사진=어예진 기자
여의도 증권가 / 사진=어예진 기자

증권사의 위기 대응 전략도, 동학개미운동도 증권사들을 버티게 하진 못했다.

올해 1분기 전반적인 증권사들이 지난해 대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사에서는 적자 소식이 들렸다. 다만, 업계 기대치 보다 선방한 증권사도 있었으며, 위기를 기회 삼아 오히려 실적이 오른 곳도 있었다.

◆기대보다 선방…동학개미가 살렸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이익은 줄었지만 기대치 보다 훨씬 선방했다'는 표현이 많았다.

가장 기대치를 웃돈 성적으로 평가된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영업이익 1387억원, 당기순이익은 10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4%, 36.3%감소했다.  매출은 9조857억원으로 93.7% 증가했다.  실적은 줄었지만 시장 컨센서스를 98% 상회하는 어닝서프라이즈다.

운용이익 축소와 이자이익 감소에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전 분기 대비 70% 이상 급증하면서 실적을 뒷받침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레이딩 수익 또한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분배금 및 배당금 수익이 증가하며 양호한 결과를 냈다. 해외법인 수익규모는 전 분기에 비해서 감소했지만 높은 이익기여도를 유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코로나19로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음에도 수익원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를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도 실적은 줄었지만 1분기 이익 감소율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했고 이익 기준으로도 업계 상위에 올랐다.

1분기 메리츠증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2.8% 감소한 1447억원, 순이익은 27.6% 줄어든 1023억원을 기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IB 수수료 수익이 감소한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지난달 증권업계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손실 요인과 유동성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해 부진한 업황 대비 선전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도 실적 감소폭은 컸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선방했다는 평가다.

1분기 영업이익은 538억원으로 77.3%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310억원으로 81.9% 감소했다. 다만,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103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1.8%가 급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강점인 IB는 어려운 환경 이었음에도 1분기 선방했고, ELS 헤지비용보다는 주식 관련 손상차손이 더 컸으나 이는 지수가 회복됨에 따라 2분기 평가이익으로 환입 될 전망"이라며 "거래대금이 20조원을 상회하며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어 2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양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라임자산운용과의 이슈로 어려운 1분기를 보낸 신한금융투자도 기대보다 나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투자는 1분기 영업이익 580억원 당시순이익 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18%, 34.1% 감소한 성적을 기록했다.

라임운용 TRS 거래 관련 평가 손실이 반영된 분기였으나, IB 수수료 수익 부문에서 성과를 올리며 실적을 만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사의 ‘적자’ 대면...상위권 증권사의 부진

대형사들에서 적자 전환 소식이 들렸다. 특히 지난해 증권사 가운데 순이익 1위를 기록했던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15일 한국투자증권은 공시를 통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13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LS와 DLS 등 파생상품의 평가손실에서 발생한 손해가 적자 전환의 주요 원인이었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 ELS 부문에서 3월 말 변동성이 확대되고 지수가 상관관계가 높아져 운용손실 크게 발생했지만 4월 이후 변동성 축소, 지수간 상관관계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다만, 완전 정상화를 위해서는 Euro Stoxx(유로스톡스) 50 기준 3100pt 이상으로 상승하며 조기상환 국면으로 들어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1분기 영업손실 208억원, 당기순손실 14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KB증권이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8.77% 늘어난 5조2453억원으로 나타났다.

라임자산운용의 TRS 거래와 관련한 평가손실을 비롯해 일시적인 ELS 운용손실, 일회성 충당금 발생 등이 영향을 줬다.

삼성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 223억원, 당기순이익 1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 87% 감소했다.

운용 및 금융수지 부문에서 74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 영향을 줫지만, WM(자산관리)과 IB(기업금융) 부분에서는 수익이 늘었다.

삼성증권은 "코로나19로 커진 증시 변동성으로 인해 헤지비용 증가하며 운용실적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나홀로 이익증가

반면, 어려운 시장 속에서도 나홀로 실적이 올라간 증권사도 있다.

'최선의 방어가 최고의 공격'이라는 전략을 내세운 현대차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 2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7% 증가했다. 매출은 3166억원, 영업이익 3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5.7%, 17.7%가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1년만에 최대실적을 다시 한 번 뛰어 넘었다. 

전 사업부문의 견조한 수익창출이 눈에 띄는 가운데 리테일과 채권사업 부문의 약진이 1분기 호실적의 배경이 됐다.

특히, 리테일부문의 경우 신규 개인투자자수 급증에 따른 거래량 증가로 위탁매매 이익이 급증했다. 실적을 줄곧 견인하던 IB부문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준수한 실적을 나타냈다. 시장트렌드에 맞춘 양질의 딜 위주로 대체투자 분야를 다변화,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IB부문 1분기 순영업수익은 약 2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아직 코로나19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2분기 증권사 실적에 불안 요소는 잔존하지만 1분기 만큼 잔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평균거래대금 상승에 따른 견조한 위탁매매 수익 시현이 전망된다"며 "4월 들어 그 동안 부진했던 IB Deal 소싱도 조금씩 회복 중에 있다"고 평가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는 한 달 만에 저점에서 20% 이상 반등하며 강세장에 진입했고, 국내 증시도 4월 한 달 간 10% 이상의 반등을 보인 만큼 2분기 실적은 증시에 민감한 이익 구조를 보유하고 있을수록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