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사상초유 국제유가 첫 마이너스...석유화학업계 여파는?
[이슈분석] 사상초유 국제유가 첫 마이너스...석유화학업계 여파는?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4.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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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 원인...공급과잉, 콘탱고 확대 등
석유화학 산업, NCC중심으로 경쟁력 ↑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대폭락을 이어가던 국제유가가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했다. 사상 처음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17일 종가인 18.27달러 대비 55.9달러, 305% 폭락한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 선물 5월물 폭락은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한 석유 수요 불확실성이 ‘공급과잉’ 공포로 자리잡은 가운데 NYMEX 원유 선물시장의 ‘만기 이벤트’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 공급과잉 공포...콘탱고 확대도 유가하락에 영향

우선, 국제유가 하락에는 단기 석유 수요가 급감(하루 2000만배럴 이상) 우려를 상쇄할 수 없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OPEC+ 감산이 다음달부터 이행되면서 당장의 공급과잉 공포를 불식시키기는 역부족하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와 함께, WTI 선물 콘탱고(Contango) 확대도 단기 유가 하방 압력을 넣고 있다. 최근 배럴당 7달러 이상까지 확대된 WTI 선물은 1차 월물(6월)-최근월물(5월) 간 스프레드가 5월물 만기(4월 21일)를 앞둔 롤오버(roll-over) 물량에 기하급수적 으로 확대됐다. 또 롤오버를 포기한 대량 매도세까지 쏟아진 것이 WTI 선물 5월물 가격을 끌어내렸다. 

이 가운데, 미국 원유 저장시설 부족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최근 들어 매주 1000만배럴 이상 증가세를 나타내는 미국 원유재고 증가로 저장시설 용량의 84.1%가 채워졌다. 이에 따라 ‘생산자들이 웃돈을 주고라도 원유를 판매해 야 할 것’이라는 석유시장 우려가 확산된 점도 단기 유가 악재로 작용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 감산 합의에도 불구한 단기 유가 불안정은 과도하게 높아진 수요 불확실성에 기인했다"며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봉쇄(인적 이동제한, 물류 마비 등) 해제가 현실화돼야 OPEC+ 감산 실효성도 평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그 전까지는 불가피한 단기 유가 하방 압력이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산유국들, 특히 미국의 원유 생산 감축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석유화합 산업, NCC중심으로 경쟁력 개선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NCC(나프타분해설비) 업체를 중심으로 지난 2015년 저유가 시기에 경험했던 호황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당시에는 셰일가스/오일 생산량 확대가 유가 하락을 초래해 경쟁설비(ECC) 원가 또한 하락해 크게 확대된 원가 격차를 축소하는 정도의 수혜만 발생했다. 다만, 이번 유가 하락 시에는 셰일가스/오일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NCC의 원가 경쟁력은 압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셰일가스/오일 생산량 감소 시 에탄가스 생산량도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스 크래커 원료 비용이 급등하는 요인으로, 납사 가격이 톤당 200달러 이하에 머무르는 상태에서 에탄가스 가격 급등 시 NCC의 생산 원가가 미국 가스 크래커보다 낮아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급감에 따라 화학 설비 가동률이 하락했기 때문에 당장은 에탄가스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다만, 에탄가스 공급 감소 추세로 제품 수요가 정상화될 시 에탄가스 가격은 급등하게 되며,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스프레드는 탄력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라 석유화학 원재료인 납사의 경쟁력 확대로 이어져 NCC를 보유하거나 증설 중인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내 업체 중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오는 2021년 가동을 목표로 각각 80만톤과 75만톤 NCC를 건설 중이고, 대한유화도 NCC 수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기 에틸렌 순증설 규모는 부담스럽지만 원가 급락으로 화학 시황의 숨통은 트인 상황"이라며 "수요 반등이 본격화되면 단기 시황은 개선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롯데케미칼, 효성화학 등 순수화학 업체 중심의 대응이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