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자구책 일환으로 유상증자 고려...'최대 1조원 규모'
대한항공, 자구책 일환으로 유상증자 고려...'최대 1조원 규모'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4.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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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유상증자 관련, 확정된 내용 없다"
이달 중 현금 바닥 위기...정부 지원 절실
정부 지원 앞서, 자구책 마련 노력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대한항공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대한항공의 자구책 일환으로 유상증자를 고려 중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5000억원~1조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최악의 사태 속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유상증자를 염두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현재 대한항공이 지난달 발행한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6228억원은 이달 내로 모두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상 한 달에 소요되는 고정비용이 4000억원∼5000억원 규모인 데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2400억원이기 때문이다.

항공운임채권 ABS는 항공권 판매로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하는 채권으로, 항공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 가운데 하나다. 대한항공은 통상 2조원 가량을 ABS로 조달해왔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로 대한항공의 여객 매출 중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노선 대부분이 운항을 중단하는 등 매출 급감이 이어지며,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국제선의 경우 주간 공급 기준 900회 가량 운항했으나 현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13개 노선을 주 50∼55회 운항하는 수준으로 줄었다.

더불어 지난달 여객 수송량이 전년 동기 대비 75.7% 감소했고, 코로나19 국면에서 그나마 선방한 화물 수송량 역시 16%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항공업계의 상환능력 악화를 참작해 대한항공의 ABS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달 ABS 회수 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84%로 감소했다.

회사채와 ABS, 차입금 등 대한항공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금액은 총 4조원 정도로, 이중 상반기 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만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이러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가 이주내로 항공업계 등 기간 산업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한항공이 자구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와 정부 지원을 통해 대규모 자금 확보와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는 호재라는 분석을 내놨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당장 2, 3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 ABS, 리스 물량을 상환하고 이자비용을 충당하는데 단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 유상증자로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언급한 자구책이 금융지원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지원도 받을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특히, 정부에서 항공업 포함 기간산업에 20조원 안팎의 회사채 정부 지급 보증 결정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데, 정부 지원 자격을 갖춘 동사에 대한 지원 규모에 대한 언급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20일 대한항공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에 전 거래일 대비 6.46% 하락한 1만9550원까지 떨어졌다.

[비즈트리뷴 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