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수수료 5.8%에 '돌맞는 배민'
[이슈분석] 수수료 5.8%에 '돌맞는 배민'
  • 박진형 기자
  • 승인 2020.04.08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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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아한형제들

냉장고에 치킨집, 피자집 전단지를 자석에 붙여 놓거나 114에 전화해 주변 음식점 번호를 물어보던 시절이 있었다. 배달 기사가 음식점 리스트가 들어 있는 지역정보지를 주고 가면 다음에 시킬 때 꼭 써먹었다. 이렇게 들춰봤던 전단지나 책자는 어느덧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2010년 스마트폰 산업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할 무렵이다. '스마트폰으로 짜장면을 배달시킬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배민)을 출시하면서 '주문도 스마트하게' 변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초창기 새벽에 온 동네를 돌아 다니며 전단지를 수거해 데이터를 모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최소 전국 14만개 가게를 입점시킨 업계 1위 회사로 컸다. 2013년 3000억원 정도였던 음식 배달시장도 현재 5조원으로 불어났다.

배민은 지난 10년의 역사에서 가장 큰 복병을 만났다.  '월 정액에서 주문 건당 수수료' 내는 방식으로 요금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후폭풍이 일었다. 고객, 업주로부터 싸늘한 시선이 날라왔고 급기야 일부 소비자을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펼쳐질 조짐이다. '과다 수수료'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자 개선책을 발표하겠다고 후속 대책을 내놨지만 여론은 식지 않는 분위기다.

논란의 시점은 지난 1일로 돌아간다. 배민은 음식 주문액의 5.8%의 수수료를 받는 '오픈서비스' 중심으로 요금 체계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월 8만8000원을 내는 '울트라콜' 광고료 방식에서 정률제로 변경한 것이다.

울트라콜 광고는 지정한 주소로부터 반경 2km 이내에 가게를 노출해 주는 상품으로 '깃발을 꽂는다'는 표현을 쓴다. 깃발을 많이 꽂을수록 상단에 표시될 확률이 높아진다.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업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기장이라는 게 배민의 고민이었다.

깃발은 한 업체당 3개로 제한하고, 주문이 들어올 때 수수료를 내는 '오픈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다. 홀 매출 등을 제외하고 배민 앱을 통해서 들어오는 매출만 따졌을 때 월 465만원 이하인 가게는 이번 요금 개편으로 광고 비용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 수수료는 요기요가 제일 높네

주요 배달앱을 비교했을 때 중개수수료가 가장 높은 곳은 요기요(12.5%)로 배민보다 2배 이상 차이나는 수준이다. 배달통은 2.5%로 배달앱 3사 중에 가장 낮다. 다른 앱에 비해 사용자가 적어 수수료 경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메프오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년 간 중개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고 5%대로 동결해서 받고 있다. 쿠팡이츠는 주문 가격에 상관 없이 주문 건당 1000원이다.

배민 관계자는 "과거 수수료가 0%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기준으로 바라보다 보니 이번 수수료 개편에 반발이 심한 것 같다"며 "배달 앱 중에서 광고 효과가 가장 크지만 수수료는 합리적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 5년전 '수수료 제로' 선언 때문에… 기저효과

배민은 2015년 5.5%~9%였던 중개수수료를 폐지한다고 파격 선언했다. 김봉진 대표는 당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오래 가고 건강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수수료 0%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폐지한 후 가게 사장님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입접업체 수는 물론 주문수, 매출액 등 주요 지표에서 모두 파란불이 켜졌다. 배민의 수익 모델은 크게 두가지다. 광고를 해주고 매월 등록비를 받는 정액제 상품과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받는 중개수수료 등이다.

수수료는 폐지됐으니 남은 건 배민의 대표 광고상품인 '울트라콜'이 주요 수익원이 됐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한 업체는 상단에 노출됐다. 울트라콜을 통해 깃발 꽂기 경쟁에서 밀려난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소외되기 일쑤였다. 울트라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최근 주문 건당 받는 요금 쳬게로 개편하기에 이른 것이다.

■ 공공 배달앱 개발 확산

"탈퇴했습니다. 지자체 배달앱 응원하겠습니다"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이탈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플레이스토어 리뷰, 네이버 댓글을 보면 민심이 좋지 않다. '배달의민족이 배신의민족'이 됐다며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쓴소리를 냈다. 배민이 지난 6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여론은 들끓는다.

이 와중에 수수료와 광고료가 일절없는 '배달의 명수'가 주목받고 있다. 전북 군산시가 지난달 출시한 앱이다. 인천 서구는 지역 화폐와 연계한 배달 서비스인 '배달서구' 이용 업체를 120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필두로 일부 지자체도 배달공공앱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 배민 수수료 개편, M&A 심사에 걸림돌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배달통)와 우아한형제들(배민)의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6일 "기업결합(합병)과 관련한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는 도중 수수료 체계를 크게, 뜻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소상공인 유불리를 떠나 해당 업체(배달의 민족)의 시장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수수료와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데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따라서 이번 결합 심사에서는 시장 획정에 따른 필수 심사 항목 외에 개편된 수수료 체계가 가맹점들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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