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글라스 합병 논란… "비율 불합리, 세습 꼼수"
삼광글라스 합병 논란… "비율 불합리, 세습 꼼수"
  • 박진형 기자
  • 승인 2020.04.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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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OCI그룹 계열사인 삼광글라스가 다른 계열사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일부 소액주주가 합병비율 산정과 승계 등을 놓고 집단 반발에 나서면서다.

이들은 최대 주주인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이 지분 승계를 위해 합병을 악용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회사 측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광글라스는 비상장사인 군장에너지와 코스닥 상장사인 이테크건설의 투자 사업 부문을 흡수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의 일반 사업 부문은 각각 별도의 자회사로 분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모두 OCI그룹의 계열회사로, 현재는 삼광글라스가 이테크건설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테크건설이 다시 군장에너지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합병결정으로 삼광글라스는 기존 군장에너지의 알짜 사업부문을 보유한 사업지주회사로 재탄생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군장에너지와 이테크건설의 기존 주주는 각각 정해진 비율에 따라 합병 신주를 배정받는다.

공시에 따르면 삼광글라스와 군장에너지의 합병 비율은 1대 2.54, 이테크건설 투자 부문과의 분할 합병 비율은 1대 3.88이다.

예컨대 군장에너지 주주의 경우 현재 보유한 주식 1주당 신주 2.54주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삼광글라스의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이 불합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광글라스의 경우 최근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한 기준시가에 근거해 합병가액을 2만646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회사의 1주당 자산가치(3만6천451원)보다 27.5% 낮은 수준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을 경우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정할 수 있지만, 외부평가기관인 삼일회계법인은 원칙 규정대로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잡았다.

반면 이테크건설 투자 부문은 회사가 보유한 자산 및 수익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본질가치'에 근거해 합병가액이 23만5859원으로 결정됐다.

군장에너지 역시 이테크건설과 같은 방식을 거쳐 합병가액이 6만7137원으로 산출됐다.

조성배 삼광글라스 합병 반대 소액주주 비대위원회(이하 비대위) 대표는 "합병 추진 과정에서 삼광글라스가 보유한 자산과 지분 등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불합리한 합병 비율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 주가가 일제히 급락한 상황에서 하락한 주가를 가치 산정에 적용하는 것은 너무도 비합리적인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이복영 회장의 아들인 이원준 삼광글라스 전무와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의 지분이 늘어나는 것 또한 논란거리다.

이원준 전무는 작년 말 기준으로 군장에너지 주식을 12.23% 보유하고 있으며 이우성 부사장은 이테크건설 주식을 5.14% 보유 중이다.

따라서 해당 합병 비율을 적용해 합병이 진행될 경우 두 사람은 삼광글라스의 지분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이원준 전무와 이우성 부사장의 삼광글라스 지분율은 현재 10% 미만이지만, 합병 이후 지분율은 각각 18.35%와 20.57%로 급격히 상승한다.

이 때문에 일부 소액주주들은 삼광글라스의 합병 결정이 지분 세습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복영 회장이 2세 경영 세습을 목적으로 합병을 진행하며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를 탈취하려 한다"며 "회사 측이 비합리적인 합병을 진행한다면 법적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광글라스 측은 합병 비율 산정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합병 비율은 외부 회계 법인의 평가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대개의 경우 자산가치보다 낮을 장부상 가격인 자산가치보다는 불특정 다수에 의해 거래된 가격인 기준시가가 회사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또 이테크건설 투자 부문의 합병가액을 본질가치 기준으로 산정한 데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테크건설이 분할되면서 건설 부문은 코스닥 상장 법인으로 남고 투자 부문은 비상장법인이 된다"며 "이번 합병은 비상장 법인인 투자 부문을 흡수합병하는 건이기 때문에 기준시가가 아닌 본질가치로 (가치를) 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합병 목적에 대해서도 "경영권 승계와는 결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합병 목적에 대해 "경영 효율성 및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업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여 기업 경쟁력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합병은 오는 5월 1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