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두산중공업 1조원 규모 긴급 수혈...담보는 두산 3·4세 주식
산은·수은, 두산중공업 1조원 규모 긴급 수혈...담보는 두산 3·4세 주식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3.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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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절반씩 부담..."자금 지원 불가피"
두산그룹 자구노력 고려해 추가 자금 지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경영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 지원에 나섰다.

27일 산은과 수은은 수주 부진으로 경영 위기를 겪는 두산중공업의 경영 안정과 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 운영자금 약 1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운영자금은 산은과 수은이 절반씩 부담하며, 두산중공업 대주주인 두산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지원에 동참하면 산은과 수은의 부담액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지원 방식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한도 대출 형식으로 이뤄진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두산중공업의 부족 자금과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법적 절차를 통한 정상화 검토가 타당하다"며 "다만, 두산중공업이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실업에 따른 사회적 악영향, 지역 경제 타격 등을 고려해 정책적 자금 지원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두산중공업에 대해 계열주, 대주주(두산) 등의 철저한 고통 분담과 책임이행, 자구노력을 전제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원과 관련해 두산은 보유 중인 두산중공업,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주식과 부동산(두산타워) 신탁수익권 등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계열주가 가진 두산 등에 대한 지분도 담보로 함께 제공된다.

담보 주식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두산그룹 3·4세 특수관계인 전원이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주식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등이다.

최 부행장은 "계열주가 가진 두산에 대한 지분이 담보로 잡힌다"며 "두산 3세·4세 32명이 보유한 주식이 담보로 다 들어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필요하면 두산그룹의 책임 있는 자구노력 등을 보면서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대신 두산중공업은 신속하게 경영 진단을 하고 자구노력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해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원으로 두산중공업은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과중한 재무 부담이 이어지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차입 규모는 5조9000억원으로 수익창출력 대비 12.2배에 달한다.

또 현재 두산중공업에 대한 은행권 채권액은 4조9000억원이다. 국내 은행권이 3조원 규모로 이중 산업은행 7800억원, 수출입은행 1조4000억원, 우리은행 2270억원, 농협 1200억원, SC제일은행 1700억원, 외국은행 4750억원 정도다.

한신평은 지난 26일 두산중공업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BBB)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리면서 "금융기관 차입금의 단기 상환 부담이 높으나, 저하된 자금 조달 능력과 최근 금융시장의 확대된 변동성 등으로 대응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