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진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방어 성공...향후 과제는?
[이슈분석] 한진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방어 성공...향후 과제는?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3.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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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찬성 56.67%로 경영권 방어
법원과 국민연금 선택이 승패 갈라
향후 경영권 분쟁 이어갈 듯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날 주총에서 조 회장은 출석 주주의 찬성 56.67%, 반대 43.27, 기권 0.06%로 사내이사 연임을 확정했다. 주주 출석률(의결권 위임 포함)은 84.93%를 기록했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한진家 '혈전' 일단락...조원태 낙승 배경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이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도건설이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자충수로 돌아온 것이 치명적이었다.

당초 조 회장이 확보한 우호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 델타항공 지분 10%, 카카오 1% 등 총 40.39%로 전망됐다. 아울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언급하며, KCGI와 반도건설과 손잡으며 조 회장의 재선임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마찰을 빚었고,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우려가 커졌다.

다만, 지난달 4일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노조와 전직 임원회 등에서도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또 한진그룹이 지난달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도록 결정했고, 3자 연합이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인 김지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며 무게추가 기울었다.

이 가운데, 3자 연합은 한진그룹이 의결권 위임장을 받는 과정에 상품권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발하는 등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공방을 이어가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법원이 3자 연합의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사실상 결론이 났다. 법원의 결정으로, 3자 연합은 반도건설 보유 지분 8.2%에 대한 의결권·행사 허용 가처분에 대해 3.2% 의결권이 제한됐다.

더불어 지난 26일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조 회장의 승리가 확정됐다.

이미지=연합뉴스
이미지=연합뉴스

◆ '종전 아닌 휴전'...경영권 공방 당분간 지속될 듯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일단 성공했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자 연합이 이미 포스트 주총 대비에 나서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당시 "이번 결정이나 주총 결과가 한진그룹 정상화 여부의 끝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기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KCGI 18.74%, 반도건설 16.9% 등을 포함해 총 42.13%다. 재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지속해서 지분을 매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관전포인트는 조 회장과 3자 연합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 지분을 끌어모을 수 있는지가 됐다. 조 회장 측에서는 델타항공이, 3자 연합에서는 반도건설이 선택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아울러, KCGI도 지난 25일 한진 주식을 처분하면서 151억원을 확보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 승리한 조 회장은 전문 경영인으로 경영을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도 앉게 됐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타격을 받으면서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실적 부진이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와 함께, 연내 매각 추진을 공언한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비롯해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