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항공업계 "정부가 채권 발행시 지급 보증해달라"
위기의 항공업계 "정부가 채권 발행시 지급 보증해달라"
  • 이혜진 기자
  • 승인 2020.03.19 2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부 등에 공식 건의…지원 자금 규모·대상 확대도 요구

코로나19 확산으로 '셧다운' 위기에 놓인 항공 업계가 정부의 지원 방안이 여전히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채권 발행시 정부의 지급 보증과 자금 지원 확대 등을 추가로 요구하기로 했다.

저비용항공사(LCC) 뿐 아니라 대형항공사(FSC)에도 유동성 확보에 '빨간 불'이 켜진 만큼 임시 방편이 아닌 항공 산업의 '생존'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적 항공사들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해외 정부의 항공사 지원 사례를 공유하고 우리 정부에 추가 지원 필요성을 건의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사진=KBS 뉴스 영상 캡처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 업계가 '셧다운' 위기에 놓임에 따라 공항 이용객도 크게 줄어들었다. 사진=KBS 뉴스 영상 캡처

항공업계는 추가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경영 자금 지원 건의안을 국토교통부 등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의안에는 항공사 채권 발행시 정부(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전 세계 항공 업계의 유동성 위기로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이 있어야 국적 항공사의 생존이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2조원, 아시아나항공은 8500억원 가량을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조달하고 있다. 미래에 들어올 항공운임 등의 매출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왔던 만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매출 급감이 이어지면서 향후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와관련, "영업 활동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이 줄었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자금을 외부에서 확보해야 한다"며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중 2조2000억원의 현금을 회사채 발행이나 자산 유동화,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급등할 것으로 보이는 부채 비율이 자금 확보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항공업계는 이와 함께 자금 지원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달 17일 LCC를 대상으로 3000억원의 유동성을 수혈하기로 한 것과 관련, 지원 자금 규모를 더 늘리고 지원 대상도 FSC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항공 업계의 주장이다.

건의안에는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신용 등급과 부채 비율 등 지원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산업은행은 같은 날 티웨이항공에 긴급 운영 자금 60억원을 무담보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는 각각 200억원, 140억원을 금융 지원했다.

다만 대책 발표 한달 만에 3000억원 중 400억원만 집행이 확정된 상태여서 항공사들은 당장 카드사에 줄 결제 취소대금도 조달하지 못하는 등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항공업계는 현재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화권 위주로 감소하던 항공여객은 호주, 스페인 등 선진국까지 운항중단(21개국 셧다운)이 확산됨에 따라 3월 둘째주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91.7% 감소한 상태다.

모든 국제선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곳은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총 5곳이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이미 코로나19 이전 주간 운항횟수 920회의 80% 이상을 중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행기를 띄울 곳이 없으니 '버티기'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어 파산 위기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항공컨설팅 전문업체 CAPA는 최근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5월까지 대부분의 항공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사가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최대 2000억달러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IATA의 수석 경제학자 브라이언 피어스(Brian Pearce)는 "많은 항공사들이 현금이 부족하며, 75%의 항공사는 3개월 이상 고정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비즈트리뷴=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