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조원태 만나 한진그룹 명예회장직 요구"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조원태 만나 한진그룹 명예회장직 요구"
  • 이혜진 기자
  • 승인 2020.03.1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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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투자' 공시때 사실상 '경영참여' 의사 밝혀…허위 공시 논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이 작년 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에 선임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 간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허위 공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최근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가처분 소송 답변서를 통해 권홍사 회장이 작년 12월 조원태 회장을 직접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에 선임해달라며 사실상 경영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사진=SBS 뉴스 영상 캡처

답변서에 따르면 권 회장은 명예회장 선임과 함께 자신들이 요구하는 한진칼 등기임원과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 소유의 개발 가능한 국내외 주요 부동산의 개발 등을 조 회장에 제안했다.

한진칼 측은 "이는 사실상 경영 참여 목적이었으며, 이를 공시하지 않고 숨겼다는 거짓 공시라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반도건설이 당초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서 '단순 투자'로 명기했다가 올해 1월10일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했으나 이미 그전부터 권 회장이 경영 참여를 요구해 온 만큼 이는 명백한 허위 공시라는 게 한진칼의 주장이다.

반도건설은 작년 10월8일 계열사인 대호개발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으며 이후 수십차례의 장내 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집해왔다. 현재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13.30%까지 끌어올렸으며, 지난주 지분을 추가로 더 매집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반도건설은 이에 앞서 이달 초 서울중앙지법에 작년 주주명부 폐쇄 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천주(8.20%)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했다.

3자 연합은 "가처분 신청은 한진칼 경영진이 주총 현장에서 기습적으로 감행할 수 있는 의결권 불인정 등 파행적 의사 진행을 예방하려는 방어적 법적 조치"라며 "반도건설 측이 적법하게 공시했는데도 한진칼 현 경영진은 일부 언론을 통해 반도건설 지분 매입 목적에 근거 없는 의문을 제기하며 법 위반 문제까지 거론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진칼 측은 "반도건설의 지분 보유 목적이 허위 공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반도건설이 선제적으로 의결권 행사 지분을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며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식 보유목적 등을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중 위반 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공시가 허위로 결론날 경우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반도건설의 지분 8.20% 중 3.20%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어 3자 연합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3자 연합이 지분 공동 보유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유효한 지분을 기준으로 31.98%로, 허위 공시로 의결권이 제한되면 28.78%로 내려앉는다.

반면 조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와 그룹 '백기사' 델타항공의 지분 10.00%를 확보한 상태며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지분 3.8%와 GS칼텍스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0.25%까지 합하면 36.50%로 격차를 벌리게 된다.

한편 반도건설측은 16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권홍사 회장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타개 이후 조원태 회장이 도움을 요청하는 만남을 요구해 몇차례 만난 바 있고, 당시 만남은 시름에 빠져 있는 조 회장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이 그 자리에서 여러 제안을 먼저 했는데 이에 대한 권 회장의 대답을 몰래 녹취하고 악의적으로 편집해 악용하면서 전체적인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한진칼 투자는 반도건설 등 계열사가 단순투자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며 조원태 회장을 만난 시기의 지분율은 2∼3%에 불과해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 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비즈트리뷴=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