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승차공유④] 고배 마셨으나 여전히 뜨거웠던 ‘벤처 1세대’ 이재웅 대표
[위기의 K-승차공유④] 고배 마셨으나 여전히 뜨거웠던 ‘벤처 1세대’ 이재웅 대표
  • 김소영 기자
  • 승인 2020.03.10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내에 승차공유서비스 ‘타다’를 선보였던 이재웅 쏘카 대표는 최근 '타다금지법'의 국회 통과로 고배를 마셨다. 타다를 시작한 이후 줄곧 논쟁을 마다하지 않으며 "혁신이 이긴다"를 주창한 그였지만, 기존 택시업계와의 정면 대결, 국토교통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일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벤처 1세대’의 시작 

이재웅 대표는 우리나라 '벤처 1세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연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프랑스 제6대학에서 인지과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했으며, 1997년 한메일 서비스를 내놓아 국내에 본격 개인 이메일 시대를 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00년대 초반 당시 포털사이트 1위였던 야후를 제치고 국내 1위 포털사이트로 올라섰다. 그는 다음을 코스닥에 상장하며 '벤처 재벌'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였던 네이버에 포털사이트 업계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성장세가 꺾이자 이 대표는 2007년 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이후 그는 벤처투자자로 변신해 2008년엔 사회적 벤처 인큐베이터인 '소풍'을 설립, 후배 스타트업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차량공유업체 쏘카와도 소풍을 통한 투자와 노하우 전수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것이다.

쏘카의 최대 주주로서 지원을 맡았던 그가 쏘카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2018년이다. 이 대표는 이를 계기로 국내엔 생소했던 공유경제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비트윈'이라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인 VCNC를 인수·합병해 타다를 출범했다.

■ 잘 나가는 쏘카·타다 뒤에 분투했던 이재웅 대표

이 대표는 "역사적으로 늘 혁신이 이겨왔고 이기는 것이 맞다"며 후배 창업가들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조했다. 그는 2018년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추천으로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직도 맡았으나, 넉 달 만에 물러난 이력도 있다. 이후 그는 타다를 허용하지 않는 정부에 대립각을 세웠다. 쏘카와 타다는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불법 영업 논란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작년 10월엔 검찰까지 ‘타다’의 영업을 불법이라고 보고 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불구속기소, 이 대표와 박 대표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공방 끝에 지난 2월 재판부는 “택시보다 비싸도 혼자라도 호출하는 타다 이용자가 증가하는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며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게 이 대표의 '혁신' 모토가 승리하는 듯했지만 검찰은 항소했고, 국회는 최근 일명 ‘타다금지법’인 여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통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국회가 혁신 대신 25만 택시업계의 표심을 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제도권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가 순수한 동기에서 첫발을 뗐더라도 애초 험난한 지형을 예견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따른다. 택시업계와의 정면 대결은 처음부터 녹록지 않은 싸움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시시비비를 떠나 그의 신사업은 뜨거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국회에 의해 좌절되는 흔치 않은 기록을 남겼다. 장장 25년간 벤처업계에 몸담았던 그에게도 이번 좌절은 뼈아픈 패배일 것으로 보인다. 

[비즈트리뷴=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