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1년만 '1조원대 최악의 적자' …전기요금 현실화 되나
한전, 11년만 '1조원대 최악의 적자' …전기요금 현실화 되나
  • 구남영 기자
  • 승인 2020.02.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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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가 11년 만에 1조원대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2008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아 22조798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최대 적자 규모다.

매출은 전년 대비 1조5천348억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조1천486억원 줄었다. 이에 한전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전의 적자는 냉난방 전력수요가 감소하면서 전기판매수익 하락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 하락·원전이용률 상승 등으로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줄었지만 전기 판매수익 하락과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급증 등이 실적에 치명타를 입혔다. 한전이 2년 연속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서 주주배당도 어렵게 됐다.

■한전 1조3566억 손실 '냉난방 수요 하락' '석탄발전 감축'이 주요 요인

지난해 한전이 지출한 연료비는 18조2609억원으로, 국제유가 하락·원전이용률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쳐 전년 대비 9.1%(1조8318억원) 감소했다.

<자료제공=한국전력>

민간발전사로부터 구입하는 전력비용도 376억원 줄었다. 지난해 원전이용률은 70.6%로 계획예방 정비가 차례로 마무리되면서 전년 대비 4.7%포인트 늘었다.

그럼에도 전기판매수익 하락과 석탄이용률 하락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한전은 한해 낼 이익의 40% 정도를 여름철에 전기를 팔아 거둔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겨울, 폭염·혹한이 덜해 냉난방 수요가 줄면서 주택·일반용 전기판매수익도 각각 0.4%, 0.6% 내려앉았다. 또 경기 침체로 인한 산업용 전기판매수익은 1.3%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으로만 7095억원을 쓴 것도 실적에 발목을 잡았다. 2018년 한전 온실가스 배출권 지출 비용은 530억원으로, 1년 새 무려 13배나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 무상할당량이 전년 대비 18% 줄었고, 배출권 가격은 톤당 2년 새 1만원가량 상승한 것이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비용 측면에서 지난해 석탄발전 감축으로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줄어든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여기에 방사성폐기물 관리 비용, 원전해체비용 단가 상승 등에 따른 원전 관련 복구부채 설정 비용도 2000억원 늘었으며 인건비도 5000억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무상할당량 축소·배출권 가격상승 등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어서 한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협력 강화를 통해 고강도 지구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올해는 설비보수 자체 수행, 송·배전 설비시공 기준개선 등을 통해 1조6천억원을 줄일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면 전기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올해는 전년대비 원전이용률 상승 등이 경영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전 실적은 탈원전과 무관하다"며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