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진 조원태회장, 재무구조 개선 본격 시동…조현아 관심자산 처분
[이슈분석] 한진 조원태회장, 재무구조 개선 본격 시동…조현아 관심자산 처분
  • 이혜진 기자
  • 승인 2020.02.2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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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유휴자산 매각 주관사 선정 나서…24일까지 제안서 접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유휴자산 매각 주관사 선정에 나서면서다. 지난 7일 이사회에서 저수익 자산과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내용을 담은 안건을 의결한 데 이어 재무구조 개선을 가시화한 셈이다. 이 같은 조치에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공세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최근 유휴자산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매각 자문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했다고 27일 밝혔다. 제안 요청서는 부동산 컨설팅사, 회계법인, 증권사, 신탁사, 자산운용사, 중개법인 등 각 업계를 대표하는 12개사에 발송됐다.

매각 대상은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천642㎡)와 건물(605㎡) ▲대한항공이 100%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5만3천670㎡)와 건물(1만2천246㎡)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주도하던 호텔레저 관련 자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그룹 빌딩 전경. 사진=한진그룹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그룹 빌딩 전경. 사진=한진그룹

■ 송현동 땅,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레저 매각 자문 요청서 발송

한진그룹은 다음 달 24일까지 제안서를 받아 심사를 통해 후보자를 선정하고, 제안 내용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등을 진행해 최종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시장분석 및 매수 의향자 조사, 자산 가치 평가, 우선협상자 선정, 입찰 매각 관련 제반 사항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입찰사는 매각 건별로 제안을 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한 제안도 가능하다. 

한진그룹이 유휴자산 매각 작업에 본격 나서는 데는 '재무 구조 개선'에 대한 조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저수익 자산과 비주력 사업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지난해 델타항공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 칼 지분 매입 소식을 알렸다. 델타항공은 20일과 21일에도 각각 0.5%의 한진칼 지분 57만 주(약 292억원)를 사들였다. 사진=델타항공

■ 우호 지분 확보 경쟁 치열

또한 다음 달 25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둘러 진행한 것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나타낸 것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조치를 이행함으로써 가시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의 이어지는 공세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주주연합은 이사회 직후 "이사회의 결의 내용은 현 위기상황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문제의식이 없다"며 "그룹의 주력인 항공 운송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세부방안이 전혀 없어 실행 의지와 진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일에는 KCGI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총체적인 경영 실패가 있었다. 경영실패의 모든 책임은 최고경영자가 져야 한다"며 공세를 펼쳤다.

한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현 경영진 및 KCGI 주주연합 양측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공개 질의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개별 질문으로는 만일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할 경우 과거 경영 성과 악화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기존 전문 경영진을 교체할 의사가 있는지를 질의했다.

이와함께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주 주주연합 측에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참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입장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비즈트리뷴=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