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로나19 확산...서울안의 리틀차이나 '대림 중앙시장' 가보니
[현장] 코로나19 확산...서울안의 리틀차이나 '대림 중앙시장' 가보니
  • 박진형 기자
  • 승인 2020.02.27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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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27일 찾은 대림동 중앙시장의 모습. 사진=박진형 기자
기자가 27일 찾은 대림동 중앙시장의 모습. 사진=박진형 기자

대림역 12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이색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어 간판보다 중국어 간판이 많이 보이는 곳, 중국어로 대화하는 게 익숙한 곳, 훠거·마라탕·양꼬치 집이 널린 곳, 특유의 향신료가 코끝을 자극하는 곳, 여기는 서울 안의 리틀 차이나 대림동 '중앙시장'이다. 27일 찾은 이곳은 코로나19 공포증에 이어 '중국 포비아'까지 겹쳐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였다. 업계에 따르면 상인 중 80%가 중국인, 나머지 20%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새벽의 밤거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한산함이 가득 묻어났다. 왁자지껄한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마스크를 낀 몇몇의 행인들이 거리의 빈틈을 메울 뿐이다. 한집 건너 상인들에게 말을 건네 보면 모두 "사람구경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가득하다. '당분간 쉽니다'라는 쪽지를 내걸고 임시휴업에 들어간 점포, 언제 문 닫았는 지 모를 음식점… 침체된 상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중국식 짜장면인 다루면과 찐만두 등을 파는 가게 점원 A씨는 "고객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의 말대로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매장 안에는 달랑 손님 두 명이 식사 중이었다.

몫이 좋은 곳에 위치한 한 마라탕 가게는 4명의 일행 손님을 제외하곤 모두 빈자리였다. 눈대중으로 봐도 60명 넘게 수용 가능한 규모여서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점원 B씨는 코로나19의 영향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장님이 이런 질문에 답변하지 말라고 했다"며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야채가게 상인 C씨는 오전 8시에 나와 장사를 시작했지만 상대한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돈 버는 가게는 없을 겁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한국인들도 관광 차원에서 돌아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습니다. 기자님 지금 거리를 한번 보세요. 사람이 없잖아요"

양꼬치 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요새 주름살이 깊어졌다. "마지못해 문을 열었지만 죽을 맛입니다" 말하는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점심시간에 찾아갔지만 역시나 파리만 날렸다. 홀에 있는 여덟 테이블에는 먼지만 쌓였다. 올해 초만 해도 통상 새벽 2시에 마감했는데 손님이 없다 보니 조기마감하기 일쑤다. 어제(26일)는 밤 11시에 문을 닫았다. 

맛집으로 통하는 마라샹궈를 판매하는 한 가게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홀 서빙을 하는 종업원 두 명과 계산 업무를 맡은 종업원 한 명이 핸드폰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창 바쁠 시간이지만 전염병 악재가 터지면서 일거리를 잃은 까닭이다.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나와 시장 초입에서 일직선으로 100~200m가량 들어가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식재료점이 즐비한 골목이 나온다. 음식점이 주로 많은 중앙 골목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사람이 몰렸지만, 하는 말은 모두 똑같았다. "죽겠다"

호떡, 감자만두 등을 파는 상인 D씨는 "사람이 없어… 사람이 없어"라며 되뇌였다. "집에서 쉴 순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나왔다"며 애써 웃었다. 가게 모습을 보니 짐작이 갔다. 철판에는 주문 즉시 팔기 위해 구워 놓은 호떡 두개가 전부였다. 감자만두는 냉동 중이다. 괜히 조리했다가 남으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매대 앞에 쌓아두고 장사했다.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는 상인 E씨는 당분간 식사 주문을 받지 않는다. 약 2주일 전에 불안해서 테이블 방을 폐쇄했다. 도마는 소독한 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 깨끗한 상태였다. 국밥에 들어갈 각종 재료를 손질할 일이 없어서다. 대신 족발이랑 보쌈, 순대를 포장 판매하며 풀칠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이것도 언제 팔릴지는 모르겠네요" 그가 하루 종일 일해서 가져가는 돈(시간당)은 최저시급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옷가게를 하는 상인 F씨는 하루에 잘 팔아야 1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이 대략 30%라고 하니까 실제 가져가는 돈은 고작 3만원인 셈이다. 하루 종일 죽치고 있어도 파트타임 알바생보다 적게 가져가는 것이다. 그가 취급하는 옷의 80%는 중국산이고 나머지 20%는 국내산이다. 주 고객은 건설현장 노동자들이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산 옷을 안 사간다"고 털어놨다. 일주일에 한번 동대문 새벽시장에 들려 도매가로 옷을 가져오던 일도 이주일에 한 번 가게됐다.

한편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했다. 낙폭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유행한 2015년 6월과 같았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