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스크 구하러 돌아다녀봤지만… 결국
[르포] 마스크 구하러 돌아다녀봤지만… 결국
  • 박진형 기자
  • 승인 2020.02.26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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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이마트 구로점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 사진=박진형 기자.

"1번, 2번, 3번… 17번"

4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앞줄부터 순서를 새기 시작했다. 제자리로 오더니 "17번째구나"라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른 시간부터 나와 마스크 대기줄 행렬에 합류했지만 혹시 빈손으로 돌아갈까봐 불안했는지 자기 순번을 확인하려는 모습이었다. 오전 10시경 이마트 구로점의 '마스크 쟁탈전' 풍경이다.

이마트에 도착하자 마침 안내 방송이 울렸다. '오후 3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1층 고객센터 앞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모인 이들은 적어도 5시간은 기다려야 할 판이다. 오래 기다릴 요량으로 비닐봉투, 종이박스, 방석 깔개 따위를 어디서 가져오더니 바닥에 하나씩 깔고 자리를 잡았다. 그러더니 '마스크'를 주제로 떠들썩했다. 주로 할머니들이었다.

대기줄 행렬 중에는 앉아서 신문을 보거나 독서에 열중하는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마스크를 얻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 중인 셈이다. 김모씨(27)는 "그냥 넋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마스크가 풀리 때까지 자기계발이라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매장 내 화장품 판매점원은 이 같은 대기줄이 매일같이 연출된다고 전했다. "어제도 난리법석이었어요. 줄이 저기서부터 저 끝까지였다니까요. 살려면 어디가지 말고 늦어도 11시부턴 기다려야 돼요"

전날(25일)에도 이곳을 방문한 이모(72) 할머니는 "물량이 많지 않아서 늦게 오면 못산다"며 "문 열자마자 왔다"고 토로했다. 할머니는 어제도 10장을 구했지만, 가족들이랑 함께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이날도 발걸음을 했다. 

이마트 구로점은 오후 3시에 일회용, 방역 마스크를 판매한다. 대기줄 순번대로 한명당 최대 10개씩 제한한다. 물량이 부족해서다. 24일에는 400장, 25일에는 1000장이 들어왔다. 26일인 오늘은 몇 장이나 들어올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대구경북으로 보내지는 물량도 있다보니 미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마트 구로점은 기다리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희망도 있었지만 인근 다른 대형마트는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상대적으로 물량이 부족하거나, 언제 입고가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마트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다.

홈플러스 금천점의 헬스플러스 매장의 모습. 사진=박진형 기자.

홈플러스 금천점 2층에 '헬스플러스' 매장의 마스크 매대는 텅텅 비었다. 작은 크기의 유아용 마스크만 손에 잡힐 정도로 남아 있었다. 진열대 옆,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였다. '현재 마스크 물량 공급이 매우 어렵지만… 조금씩이라도 더 확보해 예방조치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홈플러스 금천점의 경우엔 24일에는 다행히 마스크가 공급됐지만 25일에는 유아용을 제외한 모든 마스크가 들어오지 못했다. 한 화장품 점원이 "100m가량 기다렸던 고객들이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낮 12시가 안 돼서 방문한 롯데마트 구로점은 '마스크'가 이미 동났다. 이날 80장 정도 들어왔는데, 오픈 시간인 10시가 되기도 전에 밖에서 기다린 사람들이 모두 구매해 갔다고 한다. 워낙 소량으로 들어와 한 사람당 1~2개로 판매를 제한했다고. 고객센터 관계자는 "마스크 사려면 오전 9시에는 나와서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약국 출입문에는 '마스크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금천구에 있는 대형마트를 뒤로하고 관악구 신림동, 봉천동 일대의 약국 몇 곳을 둘러본 결과 마스크는 모두 품절이었다. 공통적으로 출입문에 '방역 마스크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약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일주일에서 10일까지 공급을 못받고 있다고 한다.

한 약국 약사는 "제약회사에 1000개 정도 발주를 요청한지 꽤 됐는데 들어오질 않는다"며 "다음주에는 그래도 조금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 예방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 면 마스크만 소량으로 보유 중이다.

오전 10시부터 3시간가량 대형마트와 약국, 편의점을 돌며 마스크를 구해봤지만 이마트 구로점을 제외하곤 소득이 '0', 제로였다.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을 실감했던 날이었다. 때마침 지인에게 문자 하나가 왔다. '되도록 집에만 있고 나갈 때는 마스크를 꼭 쓰라'는 것. 매대는 텅텅 비었지만 마스크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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