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경영분쟁]한진그룹 “항공업 부채 비율↑” vs. 3자 연합 “대한항공, 동종업 평균보다 12배↑”
[한진 경영분쟁]한진그룹 “항공업 부채 비율↑” vs. 3자 연합 “대한항공, 동종업 평균보다 12배↑”
  • 이혜진 기자
  • 승인 2020.02.2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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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강성부 KCGI 대표 간담회 내용에 반박 자료 발표

한진그룹은 25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재임하며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61.9%(글로벌 항공사 평균 대비 12배)로 폭증했다는 강성부 KCGI 대표의 기자간담회 내용에 대해 “항공업종은 타 산업보다 부채 비율이 높다”고 반박했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입장문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호텔 부문을 맡아 경영을 악화시켰다”며 “이는 그룹 부채 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강 대표는 조 회장이 경영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그 예로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을 언급한 바 있다. 양측 모두 부채 비율 상승을 지적한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한진그룹은 “항공 산업의 특성도 모르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며 “항공업종은 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강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파산 위기였던) 재팬에어라인은 최근 부채 비율이 76%”라며 “글로벌 항공사 전체 평균은 70% 내외”라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항공사들은 현재 저금리 기조라 오히려 돈을 많이 번다”며 “리스료를 덜 내면 이익이 많이 나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외국 항공사들처럼) 유가 리스크도 없다”며 “저희 추정으로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증자 후 (부채 비율이) 224%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대한항공만 (항공사 중) 신용 절벽의 맨 앞에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저희가 재작년부터 (한진그룹에) 문제 제기를 했다”며 “(한진 그룹 측에서) 자산을 팔아 (부채 비율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해놓고선 실제로 진행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사진=한진칼
조원태 회장(왼쪽),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 계획대로면 회사 장악 뻔해"

강 대표 측에 불리한 지적도 있다.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3자 연합(조현아 전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반도건설)의 주장에 대해 “이사회 장악 및 대표이사 선임 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조현아 주주연합 당사자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수순으로 회사를 장악할 것이 뻔하다”고 비판했다. 명백한 경영 참여이자 경영 복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3자 연합(조현아 전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반도건설)은 주주 제안에서 ‘이사의 자격 조항 신설’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나 계열사와 관련해 배임 또는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 선고가 확정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나 법령상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 이사회 이사로 선출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시장과 주주에 대한 기만”이라며 “‘이사 자격 조항 신설’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 12월 조 전 부사장의 선제공격으로 ‘남매의 난’이 불거진 후 이 같이 조 전 부사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반격하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호텔 부문을 맡아 경영을 악화시켰다”며 “이는 그룹 부채 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로 회사의 대외 이미지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자 연합 측 TF팀이 추천한 이사 후보 라인업에 대해선 전문성과 독립성 그리고 다양성에 위배되는 인물이 다수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진그룹은 이날 간담회에서 프리젠테이션 및 질의응답에 참여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전 SK텔레콤 CEO)에 대해 “항공 운송·물류 경험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라며 “‘자본 집약적’이고 ‘안방 사업’인 통신 사업(SKT)을 이끌던 분이 노동 집약적이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항공 산업을 이해하고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조현아 연합군이 제안한 이사 후보 라인업. 사진 윗줄 왼쪽부터 사내이사 후보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김신배 의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자진 사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진 아랫줄 왼쪽부터 사외이사 후보인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연합군이 제안한 이사 후보 라인업. 사진 윗줄 왼쪽부터 사내이사 후보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김신배 의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자진 사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진 아랫줄 왼쪽부터 사외이사 후보인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난, 조 회장 독단 경영 탓” vs “3자 연합서 내세운 인물 상황 오판”

또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항공경영분야의 종합 컨설팅회사를 세워 대표이사를 맡은 것으로 전해진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과 반도건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퍼스트에서 지난 2017년 까지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의 자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진그룹은 “항공 산업은 외부에서 발생하는 변수와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이라며 “업계 상황을 이해하고 빠른 변화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라이언스 등 동맹, 항공기 및 엔진 등 제작사와 같은 전문가 그룹과의 긴밀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을 중심으로 석태수 한진칼 대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하은용 부사장, 최정호 진에어 대표 등 업계 경력만 30년이 넘는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강 대표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진그룹이 어렵게 된 이유로 환경 및 구조적 요인이 있지만 최고경영자인 조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 때문”이라고 주장한데 대해선 ‘자승자박’이라고 비꼬았다.

한진그룹은 “(강 대표가) 한진그룹의 실패 사례로 한진해운의 대규모 투자를 들었다”며 “이는 3자 연합에서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운 인물들이 상황을 오판해 생긴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진해운은 과거 금융 전문가를 전문 경영인으로 선임했지만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이 업황을 오판해 고가의 용선 계약 등 대규모 선박 투자를 감행했다”며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부채를 차입해 결국 한진해운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강 대표가 이끄는 KCGI에 대해 단기성과만 바라보는 투기 세력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진그룹은 “3자 연합의 근본적인 목표는 차익 실현을 노리는 투기 세력일 뿐”이라며 “(강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인) 국내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과 사회적 가치의 추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차익을 남기고 ‘먹튀’를 하면 결국 피해자는 기업·기업 구성원·개인 투자자 등 소액주주가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KCGI와 같은) 사모펀드의 경영권 위협은 한진그룹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조 회장 체제가 투자 가치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