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은행 신용도 영향 '미미'...장기적 손실은 '불가피'
라임사태, 은행 신용도 영향 '미미'...장기적 손실은 '불가피'
  • 김현경 기자
  • 승인 2020.02.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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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들 "은행 신용도 영향 제한적"
DLF·라임펀드 등 잇단 펀드손실사태에 사업위축·신뢰도하락 '불가피'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절반 가량이 은행에서 판매됐다는 금융당국의 조사결과로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은행 신용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9일 오후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에 따른 금융사 신용도 영향' 보고서를 내고, 은행의 자산관리 부문 영업 위축이 예상됨에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나이스신용평가도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은행 및 증권사 영향' 보고서를 발간하고 같은 의견을 내놨다.

라임사태에 따른 은행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평사들이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지 않은 이유는 라임사태에 따른 피해규모가 은행의 이익 및 자본규모 대비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라임자산펀드 관련 은행별 예상 손실액/자료제공=하나금융투자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라임자산펀드 관련 은행별 예상 손실액/자료제공=하나금융투자

실제 업계에서는 라임사태에 따른 금융지주사별 예상 손실액을 1000억~27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투자가 환매 중단 라임펀드 1조7000억원에 대해 은행 배상 비율 50%, 불완전판매 비율 30%, 증권사 TRS 계약 선순위 미회수를 가정해 추산한 은행별 예상 손실액은 ▲신한금융 2282억원 ▲우리금융 286억원 ▲하나금융 65억원 ▲BNK금융 63억원 ▲KB금융 45억원 등이다.

금액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 신한금융과 KB금융이 3조원대, 하나금융이 2조원대, 우리금융이 1조원 후반대의 순이익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손실 자체는 크지 않은 셈이다.

김기필 나신평 금융평가1실장은 "은행의 연간 창출 가능한 이익규모 및 자본규모를 고려할 경우 금번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우발손실이 은행 신용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한신평 선임연구원도 "단기적으로 불완전판매 이슈로 자산관리 부문 영업이 위축되고 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은행의 낮은 수수료이익 의존도와 우수한 자본완충력을 고려할 때 이번 금융사고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펀드 사태가 연이어 터진 것은 은행에 부담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신뢰도 하락에 따른 충성고객 이탈 등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도랑 상관 없이 DLF, 라임까지 펀드 손실 사태가 계속 연이어서 발생하면서 수수료 관련 사업이 위축되거나 고객이 이탈할까 이런 부분이 우려된다"며 "더군다나 고객 신뢰는 한번 잃어버리면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여기에 소비자보호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금융감독원에서 DLF 때와 마찬가지로 은행에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사태와 관련, 위규행위가 확인된 경우 은행 등 펀드 판매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라임자산운용 자체에서 판매채널이 알고 있지 않은 내용으로 마음대로 자산을 돌리기도 하고, 라임사태는 솔직히 정상적이지 않은 건"이라며 "판매사들도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솔직히 금융당국에서 DLF 때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까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