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법 개정...'진흥'이라 쓰고 '규제'라 읽는다
[기자수첩] 게임법 개정...'진흥'이라 쓰고 '규제'라 읽는다
  • 설동협 기자
  • 승인 2020.02.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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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게임법 전면 개정을 위한 초안을 공개했다. 2006년 게임산업법 제정 이후 15년 만이다.
설동협 기자
설동협 기자

지난 2006년 제정된 게임산업법은 당시 사행성 게임 문제가 불거진 탓에 '진흥'에 관한 법률이었으나 '규제'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때문에 수년 간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게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몇 차례 발의되기도 했으나, 실제 시행까지 이어지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법은 기존 '게임사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사업법'으로 이름을 바꾼다. '게임물'은 '게임'으로 변경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도 '게임위원회'로 바뀐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줬던 '사행성 게임', '중독', '도박' 등 용어도 삭제하는 등 법률 전반에 걸쳐 게임 인식 개선을 위한 용어 재정비에 나선 모습이다. 이 밖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표시 의무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사업자 의무 신설 등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정부는 그간 '규제' 위주였던 법에서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게임법으로 거듭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게임법 개정 목적만 보면 게임 업계에서 발벗고 나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기존 '사업법'이란 명칭은 철도·항공·항만 등 공공 부문이나 허가 사업 대상으로 규제 사항을 다루는 게 일반적인데, 이를 게임법에 갖다 붙이는 것은 향후 신규 규제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표시 의무화 등이 게임사 매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실제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들의 주요 수익 모델로 자리잡은 상태다. 주요 플랫폼이 PC였던 시절, 결제한도 규제로 매출 타격을 받고 이를 피해 모바일로 넘어와 재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확률형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인해 확률이 공개될 경우, 일부 낮은 확률의 아이템에 대해 '확률 최소 하한선' 등이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견해다.

그동안 정부는 산업 진흥책이라며 게임법을 내놨지만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게임 생태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탓에, 게임 업계는 또 다른 규제만 늘어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성장 둔화, 중국 게임 판호 규제, WHO의 질병코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게임 업계로서는 새로운 규제가 추가되면 한국게임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개정안이 아닌, 게임업계와 함께 고민해 개정안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진정 게임 산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한다면, 협회와 업계의 의견 수렴을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또 다시 '진흥'이라 쓰고 '규제'라 읽는 게임법이 탄생되지 않도록 말이다.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