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전자투표의 두 얼굴…의결권 행사 ↑ vs 묻지마 ‘반대’
주총 전자투표의 두 얼굴…의결권 행사 ↑ vs 묻지마 ‘반대’
  • 어예진 기자
  • 승인 2020.02.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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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상장사 주총, 전체 상장기업 63.1% 전자투표 도입
기업은 편의성과 주주 관심 ↑ · 투자자는 의결권 행사 편의성과 접근성 향상
일부 투자자, 주가에 대한 불만...무조건 '반대'표 행사
기업의 경영정책 및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위한 의결권 행사 자세 필요

다음 달 열리는 상장사들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해 전체 상장사의 63.1%가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해 진행한다. 투자자들에게는 의결권 행사에 힘이 실렸고,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총회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과 의결정족수 확보 여력이 높아지게 됐다.

‘전자투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지난 2010년 8월 예탁결제원이 전자투표업무를 개시하고 2017년 모바일 서비스가 시작하면서 이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예탁원·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 상장사 유치 3파전

예탁결제원을 시작으로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이 전자투표 시스템 플렛폼을 제공하게 되면서 기업 유치 경쟁에 드라이브가 걸렸다.

예탁원 전자투표 시스템 ‘K-eVote’는 올해 3월 개최되는 주주총회에 한해 최소 1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달했던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전액 면제한다. 기존에 복잡하고 어려웠던 개인 인증 절차도 간편인증과 지문인증 등 다양한 인증방법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예탁원 측은 “코로나19의 확산 방지 및 발행회사와 투자자가 전자투표를 적극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상장사와의 파트너십 체결 차원에서 지난해 전자투표 서비스 ‘플랫폼 V’를 개발했다. 기존 기업 고객이 아니어도 이용 가능하며 기업과 유대관계 형성 차원에서 수수료는 무료다.

자료제공=미래에셋대우
자료제공=미래에셋대우

‘플랫폼 V’는 기존 전자투표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자체 HTS와 MTS, 카카오톡 알림톡을 통해 의결권 보유고객들의 접근성을 유도했다. 그간 공인인증서로 제한됐던 인증수단도 대체인증수단을 마련해 편의를 높였다. 올해부터는 오프라인 주총과 연동해 위임 현황이나 주총 참석여부, 의결 안건 등을 관리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직접 수기로 주식수를 배분해 진행했던 ‘3%룰’ 안건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첫 이용 기업수가 99개였던 ‘플랫폼 V’는 지난 18일 기준 180개로 등록 기업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11월 전자투표 시스템 ‘온라인 주총장’을 론칭했다. 후발주자임에도 오는 3월 주총에서 200개의 기업이 삼성증권을 통해 전자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제공=삼성증권
사진제공=삼성증권

삼성증권 관계자는 “자금조달이나 M&A, 가업승계 및 상속 등 중소중견법인을 위한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던 중 법인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해보자는 차원에서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주총장'은 편리성이 핵심이다. 기업IR담당자들의 수작업을 최소화하고 개인주주들에게는 인증 절차를 다양화 해 경쟁력을 올렸다. 기존 법인 고객이 아니어도 전자투표 서비스 가입이 가능하며 지역 영업본부와 협조해 다양한 형태의 법인 특화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전자투표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금융투자협회 등 관계기관도 합세

전자투표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도 손을 얹었다. 먼저 예탁원은 전자투표 이용 기업 확대를 위해 지난 1월 전 상장사에 전자투표 제도 및 시스템 이용, 전자투표 이용 효과 등에 관한 안내책자 발송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전자투표 서비스 제공 기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주총 성립 지원을 위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독려키로 했다. 또 펀드가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해서도 각 자산운용사가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제안할 방침이다. 

◆ 투자자 반응 좋지만 기업 우려 존재

전자투표를 이용해본 투자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해부터 예탁결제원 플랫폼을 통해 전자투표에 참여한 투자자 이 모 씨는 “그동안 주총에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 적이 없었지만 전자투표를 이용하게 되면서 정말 간편하게 주총 안건에 의견을 낼 수 있게 됐다”며 “내가 주식을 보유한 회사 주총날짜가 겹쳐도 휴대폰을 통해 모두 참여할 수 있고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지고 좋다”고 말한다.

상장 기업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코스피 상장기업인 A사 주총 담당자는 “전자투표 도입 이후 효율성 측면에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며 “찬반 카운트나 3%룰 등 수작업으로 해온 부분이 편리해 졌고, 위임장을 작성해 오는 분들은 인감 등 서류 접수 및 처리가 복잡했는데 전자위임장을 통해 업무 처리가 편리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상장사들의 경우 전자투표로 인한 고충이 적지 않다. 그동안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주주총회 성립자체가 어려웠던 기업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일부 투자자들이 무조건 ‘반대’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B사 관계자는 “사내이사 사외이사 재선임이나 감사 관련 안건에서는 전자투표에서 반대표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부결된 적은 없지만 실적이 좋지 않았거나 주가가 부진할 경우 회사에 대한 불만을 ‘반대’표로 표현하시는 주주들도 계시다. 전자투표는 사실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찬성보다는 불만을 가지신 분들이 참여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고충이 있다”고 토로했다.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에 대한 의견 개진보다는 불만 표시나 ‘단타 매매’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투자자들도 일부 있어 관리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정책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안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투표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일부에 그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경우 단타매매 투자자들이 단기 주가 상승을 노리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당이나 단기 주가보다는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이나 주가 상승을 위해 경영진의 의견을 듣고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