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문턱 높인 손보사... ‘유병자 실손보험’ 가입하라고?
실손보험 문턱 높인 손보사... ‘유병자 실손보험’ 가입하라고?
  • 박재찬 기자
  • 승인 2020.02.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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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가입 시 방문진단 기준 연령 낮추고, 혈액 검사까지 추가
손해율 높은 ‘실손보험’ 대신 보험료 비싼 ‘유병자 실손보험’ 판매 나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율 관리를 위해 실손의료보험 가입 문턱을 높이고, 유병자 실손의료보험을 건강한 고객에게까지 권유하며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유병자 실손보험은 고연령층·유병력자를 위한 상품으로 가입은 간편하지만, 보장범위가 좁고 보험료는 비싸 30~40대의 건강한 고객에게는 불리한 구조의 상품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메리츠화재·롯데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은 실손보험 가입 시 방문진단심사 기준 연령을 낮추고, 진단검사 항목에 혈액 검사를 추가하는 등 언더라이팅(보험인수심사)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1월부터 실손보험 손해율 140%가 넘는 지점과 설계사에게 비급여 특약 가입 시 방문진단심사를 필수적으로 받게 했다. 메리츠화재는 기존의 66세 이상 의무였던 방문진단심사를 지난 1월부터 61세 이상 의무로 기준을 변경했다. 한화손보도 올해부터 방문진단심사 기준을 기존에 41세에서 20세로 크게 낮췄고, 롯데손보는 방문진단검사 항목에 혈액 검사를 추가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방문진단은 보험금 지급이 예상되는 고객에게 보험계약 전 간호사가 직접 찾아가 혈압, 혈액, 소변검사 등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보험계약 과정이다. 그동안은 주로 고연령층·유병력자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손보사들이 일반 고객까지 방문진단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실손보험 가입 문턱을 높이는 이유는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손보사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9%로 2018년 대비 9.1%포인트 상승했고, 이에 따른 손실액은 무려 2조2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고연령층·유병력자를 위한 유병자 실손보험을 건강한 30~40대 고객에게도 판매하고 있고, 일부 영업점에서는 유병자 실손보험에 높은 시책까지 걸며 영업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병자 실손보험은 보장범위가 좁고, 보험료도 일반 실손보험보다 비싸서 건강한 고객에게는 불리한 구조의 상품이다.

한편,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일반 실손보험보다 판매수수료가 더 높은 유병자 실손보험을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일반 실손보험 고객은 줄이고, 유병자 실손보험 고객을 늘리는 것이 손해율 관리에 더 유리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의료비가 많이 필요한 노후까지 유지해야 하는 상품이다”라며 “유병자 실손보험은 처음 가입할 때는 절차가 간소해 편리하지만, 보험료가 비싸 오랫동안 계약을 유지는 어렵기때문에 건강한 고객은 계약을 피해야 하는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