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소송, 향후 3가지 시나리오는?
LG-SK 배터리 소송, 향후 3가지 시나리오는?
  • 이혜진 기자
  • 승인 2020.02.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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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영업 비밀 소송서 조기 패소 번복한 적 없어

배터리 영업 기밀을 둘러싼 소송에서 LG화학이 기선을 제압한 가운데 향후 양사간 타협 등 3가지 시나리오가 등장, 눈길을 끌고있다.

17일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양사간 배터리 소송에서) 예상 가능한 3가지 시나리오 존재한다”며 “첫 번째는 10월 5일 최종 판결 전 양사 합의, 두 번째는 60일 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거부권을 행사, 세 번째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는 현지 시간으로 14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이른바 전기차 소송전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Default Judgment) 예비 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려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한 것이다. 이 결정은 내달 예정됐던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10월 5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ITC 통계(1996~2019년)에 따르면 영업 비밀 소송에서 이 같은 결정이 최종에서 뒤집힌 적은 없다.

사진=LG화학

■“LG화학, SK이노와 소송 합의 가능성↑”

패소가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품 소재를 미국으로 수입하지 못한다. 조 단위 투자를 한 배터리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이 금전적인 합의안을 꺼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LG화학에 대해 “이번 (ITC의) 결정을 통해 양사간 소송 관련 합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며 “합의가 이뤄질 경우 단기적으로 LG화학에게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합의 시 SK이노베이션의 소송 관련 불확실성이 소멸되면서 미국 공장 증설 관련 이슈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조지아에 9.8GW 배터리 공장을 증설할 방침이다. 

■ “60일 내 미국 무역대표부가 거부권 행사할 수도”

SK이노베이션이 미 행정부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협상 결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주 연구원에 따르면 무역대표부는 ITC 최종 판결 후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언론도 힘을 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2월 19일 미국 고위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배터리 공장을 늘리길 원한다”며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해당 건이 거부권이 있는 미 무역대표부 선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17일 보고서를 통해 해당 보도를 인용하며 “반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공정기술 관련 거부권 행사는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ITC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내린 소송 600여 건 중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거부한 사례는 겨우 1건에 불과하다. 게다가 LG화학도 지난해 말 보도자료를 통해 오하이오 로즈타운에 자동차 배터리 셀 공장을 짓기로 발표해 무역대표부가 한 기업만 편들 가능성은 낮다. 

이와 관련해 주 연구원은 “60일 내에 무역대표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 및 소재 업체의 미국 내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