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잔치 마무리...’IB‘ 대세론 여전, 올해 관건은 ’부동산 PF 규제‘
증권사 실적 잔치 마무리...’IB‘ 대세론 여전, 올해 관건은 ’부동산 PF 규제‘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2.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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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 전반 사상 최고 실적 기록
IB, 실적 상승 주역...성장세 '뚜렷'
부동산 PF 과제로 올해 성장 둔화 불가피

지난 6일 한국투자증권을 끝으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지난해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한투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을 필두로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들이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일본의 경제 보복과 미·중 무역협상 등 대외 악재 속에서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증권사들은 시장의 우려를 딛고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배경에는 IB(투자은행) 부문의 급성장이 큰 역할을 했고, WM(자산관리)와 트레이딩 부문 등도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표=이기정 기자
표=이기정 기자

◆ 사상 최고 실적 배경은 ’IB‘...성장세 '뚜렷'

4년 연속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0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2.2% 증가한 규모로, 국내 증권사의 연간 기준 실적 중 역대 최대 기록이다. IB와 WM 부문 수익이 실적 상승을 견인한 가운데 한투증권의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업계 최고 수준인 14.3%를 유지했다.

업계 2위를 차지한 미래에셋대우도 지난해 전년 대비 43.6% 증가한 66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갱신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호텔 인수, 네이버파이낸셜 출자 등 공격적인 자본 확충 전략을 바탕으로 지난해 자기자본 9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도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47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1.8% 성장했다. 특히 IB 부문에서 16개의 IPO(기업공개)와 인수주선 등을 통해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하며 실적 상승의 주인공 역할을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5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8%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8년에 기록한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한번 넘어서는 규모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선박, 인수합병(M&A) 등의 IB 부문 실적과 함께 트레이딩, 홀세일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모두 양호한 성장을 보였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전년 대비 17.3% 증가한 39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 대열에 합류했다. 자기자본 운용 및 IB 부문에서 높은 수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당기순이익 342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무려 77.17% 증가한 성적을 기록했다. 키움증권 역시 IB 부문에서 3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0% 증가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KB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KB증권은 지난해 29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2.93% 상승했다. 특히 신규 상품 개발 등을 통한 IB 부문의 수익 증가가 돋보였다. 하나금투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 279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4.59% 증가했다. 하나금투는 IB 부문과 세일즈트레이딩(S&T) 부문의 실적에 힘입어 수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역대 사상 최고 실적을 보였다. 현대차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18억원으로 42.1%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하이투자증권도 지난해 당기순이익 84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5.7% 올랐다.

◆ 증권업, 올해 ’부동산 PF 규제‘로 성장 둔화 우려

대부분 증권사들이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전통적 브로커리지 수입이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증시 또한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영향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규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증권사들의 성장폭은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전통적 수수료 수익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찾은 IB 등의 신사업이 정부 규제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권사들은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며 “이번 규제를 통해 증권 업종 전반에 자본적정성 관리에 대한 부감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액은 평균적으로 55%~70% 수준”이라며 “부실이 증권사에 전이될 가능성은 많이 감소했지만,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IB를 중심으로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규제는 우려할 만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