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초읽기...신한금투·하나금투·메리츠증권의 ‘동상이몽’
‘초대형 IB’ 초읽기...신한금투·하나금투·메리츠증권의 ‘동상이몽’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2.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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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투 "초대형 IB 진출, 올해 안으로 추진"
하나금투, 상반기 내 초대형 IB 진출 가시화
메리츠증권 “자본 확보 위한 인위적 계획 없다”

국내 증권사들이 줄줄이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가운데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이 ‘초대형 IB(투자은행)’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증권사들이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기자본 4조원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 중 요건을 충족한 곳은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곳이다. 이 가운데 신한금투를 제외한 5곳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진출해있는 상태다.

증권사들이 초대형 IB 진출을 노리는 이유는 발행어음사업자 등록을 통해 추가적인 사업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 영역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금융지주를 둔 증권사의 경우 모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한 성장도 꾀할 수 있다.

이미지=김용지 기자
이미지=김용지 기자

초대형 IB에 근접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빠른 진출이 예상됐던 증권사는 신한금투다. 신한금투는 지난해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이미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도 신한금투가 가장 먼저 초대형 IB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라임 사태 영향으로 신한금투의 초대형 IB 진출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종합 검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신한금투 측에서는 급할 것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초대형 IB 진출을 받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4조원 달성 이외에도 준비해야 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초대형 IB 승인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3~6개월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온전히 준비를 마친 후 초대형 IB로 진출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지난해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했지만, 초대형 IB 진출을 위해서는 자기자본 이외에도 준비해야 될 것들이 많다”며 “현재 진행되는 조사를 받고, 올해 안으로 초대형 IB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투는 지난 4일 초대형 IB 진출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3조4751억원으로 이번 증자를 통해 하나금투는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증자 대금은 다음달 26일 납입 예정이다.

하나금투는 비교적 빠른 초대형 IB 진출을 노리고 있다. 실제 증권업계에서도 올 상반기 이내에 하나금투가 초대형 IB 조건을 충족하고, 인가 신청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하나금투 측에서도 발행어음 사업 등과 관련한 추후 일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 등 새로운 사업은 관련 조직과 인력 확보 등을 통해 향후 시기를 정할 방침”이라며 “세부적인 계획은 구상 단계이지만,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 등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신한금투와 하나금투와는 조금 다른 계획을 갖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올해 무난하게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초대형 IB 진입은 자연스럽게 이뤄간다는 방침이다.

실제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해 초대형 IB 진출을 위한 증자 등의 사업은 없을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 진행했던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초대형 IB보다는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측면이 강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다른 증권사들과 상황과 업무 분야도 다른 측면이 있다”며 “물론 초대형 IB가 되면 좋겠지만, 자본을 인위적으로 늘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