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비상] 체포되자 기침하며 꾀병 부린 남성은?...감염병 처벌 이모저모
[신종코로나 비상] 체포되자 기침하며 꾀병 부린 남성은?...감염병 처벌 이모저모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02.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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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 왼쪽 두번째)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 왼쪽 두번째)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내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5일 현재 총 18명으로 늘어났다. 2번째 확진 환자가 최근 발열, 폐렴 등 증상이 완치된 것으로 판단돼 이날 퇴원한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하루 만에 2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견되면서 감염병 확산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경우 정부는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유관기관에서 감염병 환자를 조사해 감염병의 유입경로, 전파 가능성, 감염방식 등을 조사한다. 감염병의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근거 없는 괴담과 허위정보가 범람하는 것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또 감염증상을 숨기거나 허위증상을 신고하는 일도 발생해 이럴 때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되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감염병 환자 또는 의심 환자 등이 그 사실을 알고도 숨기는 경우 △가족이나 지인이 감염 의심 환자 등을 알고도 숨겨준 경우 △의료기관에 감염병에 대한 허위정보를 제공한 경우 △감염병 환자 등이 관리기관의 입원 또는 치료를 거부한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 감염됐다고 허위신고하면?

지난 2일 오후 한 음식점에서 행패를 부리다 체포된 20대 남성이 지구대에서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것 같다”고 허위신고해 119구급대원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는 음식점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로 지구대에 붙들려온 후 난동을 피우다 갑자기 기침하며 꾀병을 부렸다. 인근 보건소 의사의 문진과 보호복을 입은 구급대원들의 체온측정 등의 조사에도 별다른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9일 광주에서는 한 남성이 “여자친구와 중국에 다녀왔다”며 “신종 전염병 증상이 있는 것 같다”고 거짓신고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조사 결과 중국에 다녀오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자 자백하고,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이렇게 감염 의심 또는 증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허위로 신고한 경우 공무집행방해와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려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걸린 것 같다며 허위신고한 K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자신의 벌금 집행 등을 피하고자 사회적 혼란을 악용해 죄질이 나쁘다”고 선고이유를 밝혔다.

/그래픽=김용지 기자
/그래픽=김용지 기자

◆ 감염 증상 알고도 신고 않으면?

보건복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1급 감염병으로 분류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등 의료인은 1급 감염병 환자가 진단을 받거나 감염병 발병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관할 보건소장에 신고해야 한다. (제12조)

관련법에 따르면 감염병에 대한 신고의무는 환자 본인 외에도 세대를 같이하는 세대주와 세대원, 회사의 대표, 감염환자 등을 발견한 사람에게도 있다. 따라서 감염병 환자가 있음에도 이를 숨겨준 가족이나 지인들이 있다면 감염병예방법상 신고의무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환자 본인이 의심 증상을 발견하고도 의료기관이나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은 경우도 당연히 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정부가 실시 중인 역학조사에서 거짓진술·거짓자료 제출행위, 고의로 사실 누락·은폐 행위를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감염병 유행국가를 잠시라도 머물렀던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자가격리 거부 땐 어떻게?

지난 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페이스북에 자가격리를 거부한 경기도민 2명을 강제격리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우한을 포함한 중국 각지를 다니다 31일 귀국한 A시 거주자 홍모씨가 격리조치 거부하고 연락 두절됐고, 경기 B시 거주 구모씨는 자가격리(능동감시) 대상이나 그냥 벌금 내겠다며 거부했다"며 ”현재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자가격리 중이지만 그 과정에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방역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비협조 시 고발조치는 물론 감염병예방법 제42조, 47조 및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에 따라 신병을 확보하고 강제력을 동원해 격리하겠다”며 “경기도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초강력 대응을 이어가고, 격리거부행위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자가격리를 협조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자가격리를 거부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입법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라 국회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고민 중이다”고 답했다.

현재 보건당국은 환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에게 14일간 자가격리하도록 대상자에게 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국내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커지면서 일상 접촉자도 자가격리 대상에 포함됐다.

벌금 내겠다는 자가격리 거부자에 대해 회사원 P씨(서울·30대)는 “본인이 답답해서 벌금 내고 자가격리를 거부하겠다면 다른 사람이라도 피할 수 있게 본인의 신상정보라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하루빨리 이런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의무는 나 몰라라 하고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감염병 괴담, 가짜뉴스 유포...‘피해 발생’해야 처벌 가능

사회적으로 어떠한 이슈가 떠오르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가짜뉴스다. 감염병의 경우 근거 없는 괴담과 가짜뉴스의 확산은 불필요한 불안감 조성과 행정 지연 등의 부작용을 가져온다.

이번 신종코로나 비상에도 ‘눈만 마주쳐도 감염된다는 소문’, ‘서울 지하철역에서 감염으로 쓰러진 남성 영상’, ‘한 병원에 의심 환자가 격리돼있다“등 괴담이라고 불릴만한 허위정보가 SNS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빠르게 번져나갔다.

특히 감염확진자와 접촉자의 이동 경로, 관련 병원 등이 공문서 형태로 허위 작성돼 유포되는 일이 발생하고, 실제 감염병 의심 환자의 신상정보가 포함된 공문서가 외부에 노출되는 일도 발생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러한 가짜뉴스의 생산 및 유포행위는 모두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허위정보를 인터넷에 올리거나 이를 유포해 ‘피해가 발생’해야 형법상 업무방해, 명예훼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형사처벌 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감염자를 특정해 인적사항이나 감염 경위 등의 정보를 유포해 피해를 준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실제로 2015년 메르스 괴담을 유포한 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의 이익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없어 처벌로 이어지진 않는다. 가짜뉴스를 사실로 믿고 단순히 전달한 사람들이 통상 여기에 해당한다”면서 “그럼에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질 수 있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무분별한 전파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등의 행위로 국가의 감염병 확산 방지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5일부터 마스크, 손 소독제 등에 대한 매점매석 방지를 위한 고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금지대상은 보건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로, 매점매석하다 적발된 생산자, 판매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정부는 이번 고시를 기반으로 마스크 등의 담합에 따른 가격 인상 등 불공정행위, 폭리 및 탈세, 해외 밀수출행위 등도 철저히 감독해 강력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종코로나 발병 이후 마스크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 마스크 가격의 급등, 중국보따리상의 현금사재기, 관련 사기 범죄 발생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관련 대응책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고시는 5일부터 4월 30일까지 3개월간 시행된다. 일각에서는 폭리 취득이나 가격인상행위에 대한 범죄입증이 어려워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이미 대량반출이 이뤄진 후에 나온 늦장 대책이라는 비판도 있어, 향후 정부의 관련 행위 단속과 처리에 관심이 쏠린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