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에 나선 카드사의 현주소는?
‘디지털 혁신‘에 나선 카드사의 현주소는?
  • 박재찬 기자
  • 승인 2020.02.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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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사장들 신년사 통해 ‘디지털 혁신’ 강조
디지털 역량 여전히 낮아... 수익성 기대 ‘어려워’

주요 카드사 사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 같이 디지털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익이 감소한 카드사들이 디지털화를 통한 체질개선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카드사의 디지털 역량은 여전히 낮아 신사업으로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이미지제공=픽사베이
이미지제공=픽사베이

지난달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멀티 파이낸스 가속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의 차별화된 가치 창출, 지불결제 시장의 리더십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도 데이터 분석 및 디지털 활용 역량 심화 등을 강조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디지털 경쟁력 차별성을 위해 신기술 도입으로 트렌드를 읽고 시장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신용카드사를 넘어 ‘디지털 페이먼트사’가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포트폴리오 다각화 추진을 예고했다.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도 ‘디지털 혁신 고도화’를 주문했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별도의 신년사는 하지 않았지만 고객의 정보를 다양한 형태로 저장하는 ‘데이터 레이크(Data Lake)와 고객 정보를 분석해 행동을 예측하는 맞춤 서비스 ‘디-태그(D-tag)’를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각 카드사 사장들이 디지털 역량 강화를 외치는 이유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 만들고, 경비 절감 효과까지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카드사의 디지털 역량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어서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카드사들은 RPA(로봇기반업무자동화)를 활용해 비용정산, 회계 처리, 카드 발급, 비대면 상담업무 등 다양한 업무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까지 보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CB, Credit Bureau)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다른 산업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RPA나 빅데이터 기술 활용은 경비 절감 정도의 효과만 있을 뿐 카드사가 말하는 미래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은 아니다.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시장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보고 있다. 간편결제 사업은 전자상거래 업체나 정보통신(IT) 업체, 핀테크 업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쿠팡의 쿠페이,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의 스마일페이, 11번가의 SK페이, NHN의 페이코 등 대표적이다.

신한카드도 L페이·네이버페이·스마일페이·페이코 등과 손잡고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삼성카드는 삼성페이·페이코·SSG페이·카카오페이와, 현대카드는 카카오페이와 함께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이미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각종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이들과 비교해 고객 확보 측면이나 IT 기술력 등에서 경쟁력 떨어진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신한카드와 롯데카드가 생체인증을 앞세운 결제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라며 “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당장 새로운 사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카드사의 디지털 역량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