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검갈등] 선거개입 수사팀 '이성윤 사단'으로 재편...수사제대로 될까
[법-검갈등] 선거개입 수사팀 '이성윤 사단'으로 재편...수사제대로 될까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02.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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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왼쪽),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법무부가 지난달 23일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 이하 인사가 시행된 지난 3일부로 청와대 하명수사·선거 개입 의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등 주요 사건 수사팀 지휘부가 모두 교체됐다.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차장 검사 4명 모두가 변경됐다.

청와대 하명 수사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신봉수 2차장 검사는 평택지청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진행하던 송경호 3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검사도 대구지검으로 이동하는 등 일선 부장검사진도 대거 교체됐다.

빈자리는 이근수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가 2차장검사로, 신성식 부산지검 1차장검사가 3차장검사로 각각 채우게 됐다. 또한 증원요청이 받아들여져 총선을 앞두고 이를 담당하는 공공수사2부는 11명에서 14명으로 인원을 늘렸다.

검찰 인사가 단행된 이날 검찰 조직 개편안도 동시에 시행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2곳, 공공수사부 2곳, 외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 등 직접 수사부서가 폐지됐다.

◆ 새롭게 자리를 채운 ‘이성윤 사단’...향후 정권 수사에 영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첫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참모진이 전격적으로 물갈이되면서 공석이 된 핵심수사부에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인연이 닿은 검사들을 포함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에 향후 청와대 관련 수사에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인사이동에 앞서 현 정권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던 당시 ‘최강욱 기소’와 ‘청와대 선거 개입 관련자 기소’ 등에 이 지검장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해당 수사의 범위와 강도에 대한 방침에 변동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청와대 하명 수사와 선거 개입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 공공수사2부가 맡고 있다. 현재 김태은 부장을 제외한 주요 간부가 모두 교체된 상태로 사실상 새로운 수사팀이 꾸려진 모양새다. 새로 부임한 이근수 2차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수사해 기소한 바 있다.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수사팀 검사들은 공소 유지 방침으로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어서, 새로이 유입된 수사팀과 갈등을 빚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평택지청장으로 발령 난 신봉수 전 2차장도 직무대리 발령 등을 통해 재판을 챙길 예정이다.

윤 총장은 신 차장 외에도 주요 사건의 인사 이동된 기존 수사팀에 직무대리 형태로 공소 유지에 계속 관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규정상 검찰총장은 일선 검찰청의 검사 등에게 일정한 직무 범위를 지정해 인사발령과 관계없이 직무를 계속 맡길 수 있다. 이에 기존 수사 지휘부가 직접 법정에 나설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공판 상황에 계속 관여할 전망이다.

이는 전 현직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된 중대한 사건인 만큼 기존에 직접 증거조사 등을 진행해온 수사팀에 재판을 맡겨 유죄 입증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윤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지난달 말 조사를 진행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기소 여부 등을 총선 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격심했던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한동안 소강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추미애, ‘검사동일체원칙’ 법전에서 사라진 지 15년..검찰 내 상명하복문화 지적, 절차적 정의 강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검찰의 상반기 인사이동에 따라 업무를 배치받은 검사들은 첫 출근날이었던 3일, 추 장관은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검찰 내부의 상명하복 문화를 지적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추 장관은 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임관식에서 “검사동일체(劍士同一體)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검찰 조직 내 아직도 상명하복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며 “신임 검사 여러분은 박차고 나가 각자가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충만한 보석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검찰의 사건처리 절차의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며 “국민께 불안감을 드린 것을 법무부 장관으로서 안타깝게 여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사건에서는 절차적 정의가 준수되어야 하고,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권은 시대와 이념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이고 검사는 인권 옹호자로서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고 보장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추 장관의 이날 발언 중 상명하복 문화에 대한 비판은 검사동일체원칙을 강조한 윤 총장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절차적 정의’ 강조에 대한 발언은 현재 검찰의 선거 개입 사건 무더기 기소 등에 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지난달 31일 검사 전출식에서 지방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은 검사 등에게 “어느 위치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 운영되는 조직이다”며 “본질적인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날 추 장관의 발언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 지검장은 새롭게 업무를 맡게 된 검사들에게 “법리와 증거에 따라 책임 있게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며 신임 1~4차장검사에게도 “인수인계에 차질 없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법관 정기인사도 임박...정경심·김경수 재판부도 변경될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외에도 이미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건 등의 주요 재판이 2월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재판장 교체 여부를 두고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주목됐다.

일반적으로 판사들은 2~3년 주기에 따라 다른 법원으로 전보되고, 특정재판부에서 2년을 재판장으로 근무하면 교체대상이 된다. 다만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나 신속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경우 재판부 구성에 변화를 주는 것은 문제가 된다.

정 교수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로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는 해당 재판부에서 2017년 2월부터 근무 중이다. 또 김경수 경남지사의 담당재판부는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로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는 2018년 2월부터 근무했다.

송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사문서위조 등 비리 의혹 등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강한 이의제기에도 ‘별다른 의견 없음’이라는 이유로 공소장변경 신청을 기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3년이 되면 전보 대상이 되고 이번 인사 때 대상자로 정해지면 24일 자로 전보된다. 송 부장판사는 2017년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만 3년을 근무해 오는 6일 발표되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인사 때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송 부장판사는 담당 재판의 공판기일을 인사발표일 전후로 잇따라 지정해 놓은 상태라 인사이동 가능성이 낮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2부 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2018년 2월부터 만 2년을 근무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고법 부장판사 인사명단에 차 부장판사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서울고법 내부 사무분담에서 재판부를 이동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사무분담은 고법 부장판사 전보 일자 직전에 발표된다.

차 부장판사는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 참관 여부에 대해 “시연을 본 사실은 인정된다”며 잠정 결론을 밝히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재판부가 주요 쟁점에 대해 선고에 앞서 심증을 노출하는 것은 2심 결과를 떠나 변론 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재판부가 미리 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앞선 고위 법관 정기인사에서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유임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며 “2년 이상 근무한 경우 무조건 교체되는 건 아니고 재판 상황이나 본인 의사 등도 고려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6일 발표될 지방법원 인사이동으로 주요 사건의 재판부 구성원이 바뀌게 될 경우, 새로운 검찰 수사팀과 더불어 편파적 진행 등 비판받던 재판 분위기도 사뭇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