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경영분쟁] 캐스팅보트 쥔 ‘소액주주 35%’의 표심은
[한진 경영분쟁] 캐스팅보트 쥔 ‘소액주주 35%’의 표심은
  • 강필성 기자
  • 승인 2020.02.03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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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되면서 승패의 향방을 가를 캐스팅보드로 결국 소액주주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분과 사모펀드 KCGI를 필두로 한 연합군의 지분 격차가 미미한 탓이다. 

이 때문에 양측이 소액주주를 설득하기 위한 어떤 논리를 들고 나올지가 관심 포인트가 되고 있다. 

3일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한진칼의 지분 경쟁은 현재까지 팽팽한 수준이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의 지분은 6.52%로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과 델타항공, 카카오 등의 우호지분을 합쳐도 33.42%에 불과하다. 이는 KCGI와 반도건설의 계열사 대호개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분을 합친 32.04%와 1.38%P 차이에 그친다. 

여기에 이명희 고문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에 가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양측의 지분 차이는 언제 뒤집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명희 전 고문은 한진칼의 지분 5.31%를 보유하고 있어 단번에 상황을 뒤집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 것은 소액주주다. 한진칼의 소액주주 지분은 약 34.48%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한진칼의 운명이 달려있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소액주주의 환심을 사기 위한 다양한 주주정책과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은 의결권자문사다. 국내외 의결권자문사가 기관투자자들에게 어떤 권고를 내리느냐에 경영권 분쟁의 성패가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외부자문기관의 보고서에 근거한 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자문기관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며 “어느 한편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향후 지분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실제 대신증권은 기관투자자들이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할 뚜렷한 명분을 찾기 힘든 반면, ‘땅콩회항’ 관련 형사처벌을 받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가담한 KCGI에 찬성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소액주주의 입장에서는 기관투자자와 달리 현재 경영진보다는 전문경영인체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액주주 34.48% 안에서도 첨예하게 입장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주주는 주가에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조원태 회장과 KCGI 연합은 주주포섭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며 “주총이 다가오면서 누가 더 달콤한 제안을 하느냐가 1차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런 지분 대결 구도는 한진칼이나 계열사 대한항공 주주에게는 보다 유리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진칼 의결권 확보 경쟁 상황에서 한진그룹 경영진이 한진칼의 핵심 자산인 대한항공 이익에 반하는 경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상황이 대한항공의 주주가치 제고에는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