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경영분쟁]대한항공, 장녀 현아 남동생 원태 향해 총겨눴다
[한진 경영분쟁]대한항공, 장녀 현아 남동생 원태 향해 총겨눴다
  • 강필성 기자
  • 승인 2020.02.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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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KCGI·반도건설과 손잡았다…불붙은 한진 경영권 분쟁
한진가 3세 조현아(왼쪽)과 조원태
한진가 3세 조현아(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3세들의 경영권 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있다.
 
큰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반발' 수준을 넘어 남동생 조원태 회장을 향해 '주주총회 선전포고'를 선언하고 나섰기때문이다. 재계에서 남매간 경영권 분쟁은 피존에서 법적분쟁을 다툰적이 있으나, 10대그룹에서 남매간 경영권을 놓고 벌인 적은 없다. 재계 일각에서는 고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마무리짓지못하고 돌연 타계하면서, 자식들의 경영권 다툼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탄식을 내놓고 있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배는 3월 주주총회에서 판가름난다. 조원태 회장은 사내이사 재선임을 받아야 하는 처지이다. 조 회장은 어머니와 여동생의 지지는 물론 여타 대주주의 찬성표를 확보해야하는 벼랑으로 내몰리게 됐다.
 
■ 조현아, 누구와 손잡았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와 손을 잡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의 지분(의결권 지분)은 자그마치 31.98%에 달한다.
 
이들 3자는 31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현재 경영진에 의해서는 개선될 수 없다"고 경영진 교체의지를 분명히했다. 그러면서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함께 공감했다"며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등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조원태회장을 퇴진시키고, 본인들이 원하는 전문경영인을 앉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설마하던 한진3세들의 '남매 전쟁'이 막을 올린 셈이다. 이들 3자는 이날,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한영개발·반도개발과 한진칼 주식에 대한 공동보유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장녀 조현아의 선택...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왜 남동생 조원태 회장과 등졌을까. '피보다 돈을 선택한거 아니냐'는 세간의 여론까지 무릅써야했던 사정은 무엇이었을까.
 
재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11월말 그룹임원인사가 '남매전쟁'을 불러왔다고 보고있다. 당시 인사에서 조현아 전부사장은 경영복귀를 내심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현아 본인의 경영복귀는 고사하고 측근들까지 대거 축출된다. 실제 조병택 전무와 양준용 상무, 함건주 상무 등이 회사를 떠났고, 그 자리에 조원태 회장의 측근들이 대거 들어섰다는 후문이다.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에게 호텔사업 복귀를 부탁했음에도 조원태 회장은 호텔사업 매각을 언급하면서, 남매갈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동안 절치부심하던 조현아 전부사장은 '공동연대'를 모색했고, 동생을 회장에서 끌어내리는 '깜짝카드'을 뽑아든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의 호텔사업부와 칼호텔네트워크 등 호텔사업을 분리해 가져가는 계열분리 약속을 받을경우, 남매간 전쟁은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 남동생 조원태, 고립무원인가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배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결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양측의 지분은 어느쪽이든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계열사 등 특별관계자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총 32.06%인데, 이중 반도건설의 의결권 유효 지분(8.20%)을 고려하면 총 지분율은 31.98%가 된다.
 
반면 조원태 회장이 속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94%이다. 여기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 지분 6.49%를 제외하면 22.45%가 된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협력사로서, 10% 지분을 보유한 델타항공과 최근 대한항공과 업무협약 관계를 맺으며 한진칼 지분 1%를 갖고 있는 카카오를 우호세력으로 간주할 경우,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33.45%다. 물론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마저 돌아서면, 조원태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을 내줘야 한다.
 
한진칼 지분 4.11%가 있는 국민연금, 3.61%를 보유중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이번 주총에서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조원태 회장에게는 우호적이지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않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양호회장의 이사직 연임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반 조원태연합은 (주주총회에서) 사내 및 이사를 추가선임해 한진칼 이회사를 장악할 수도 있다. 조원태 회장측의 이사 연임안이 부결될 경우, 이사회 구성원은 5명(사내 1, 사외 4)로 줄어든다. 한진칼 이사회는 최대 11명(사내5, 사외6)까지 둘수 있으므로 6명의 이사선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상황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에는 긍정적이다. 의결권 확보경쟁 상황에서 한진그룹 경영진이 한진칼의 핵심자산인 대한항공 이익에 반하는 경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