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의혹' 이우석 대표 두번째 구속 심사...82억 자본금관리법 위반 혐의 추가
'인보사 의혹' 이우석 대표 두번째 구속 심사...82억 자본금관리법 위반 혐의 추가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01.3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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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3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의혹에 연루된 인보사의 국내 개발사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63) 대표가 또다시 구속될 기로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3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됐다. 지난달 28일 첫 영장심사에서 구속을 면했던 이 대표는 약 한 달 만에 두 번째 구속영장심사를 받게 됐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영장심사 약 15분 전인 10시 15분쯤 서초동 법원 청사에 도착한 이 대표는 '인보사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 있었나', '추가된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나'라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서둘러 법정으로 들어섰다.

이 대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허가를 받기 위해 인보사에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 유래 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2017년 7월 인보사를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했으나, 처음 계획과 달리 신장 세포가 포함된 사실이 밝혀지자 지난해 5월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 했다.

또한 이 대표는 코오롱 티슈진의 '상장사기'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코오롱 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의 계열사로 인보사 개발을 주도했으며, 인보사의 식약처 허가에 힘입어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강지성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24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제출된 자료만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신 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이 대표의 회사 내 지위와 업무 내용 ▲범죄혐의 관련해 구체적 지시 및 관여 여부 ▲위법사항 인식에 대한 소명 정도 ▲다른 핵심 관련자에 대한 수사 진행 경과 ▲이 대표 근무 회사와 해외업체의 관련 법적 분쟁 진행 경과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은 지난 6일 경기 과천시 소재 코오롱 본사를 압수수색해 상장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보강 수사를 거쳐, 코오롱생명과학이 꾸며낸 자료를 이용해 2015년 10월 정부의 글로벌 첨단 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 사업에 선정돼 82억원의 보조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정황을 추가로 포착했다.

검찰은 지난 28일 이 대표에 대해 △약사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추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처음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후, 한 달 이상 이어진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한 만큼 검찰은 구속의 필요성을 두고 변호인단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 대표에 앞서 지난해 12월 23일 코오롱 티슈진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권모(51) 씨와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지원본부장 양모(52) 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해 차례로 재판에 넘겼다. 같은 혐의로 지난달 13일에는 코오롱생명과학 의학팀장 조모(47) 이사가 구속돼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식약처에 허위자료를 제출하고, 자산이나 매출액을 상장기준에 맞추기 위해 기술수출 계약금 일부를 회계에 미리 반영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코오롱 티슈진이 코스닥 상장을 위해 인보사의 식약처 허가 당시 제출했던 허위자료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기도 했다. 결국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인보사 의혹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망이 이 전 회장을 향해 좁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주사액이다. 2017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적힌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 세포로 드러나 지난해 7월 허가가 최종 취소됐다.

허가가 취소된 후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포의 유래를 착오했고, 그 사실을 불찰로 인해 인지하지 못한 채 허가를 신청해 승인받았다"며 일부 잘못을 시인한 바 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