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금.소.똑] 은행에서 펀드 가입할 때 유의할 점은?
[2020 금.소.똑] 은행에서 펀드 가입할 때 유의할 점은?
  • 김현경 기자
  • 승인 2020.01.27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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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용지 기자
그래픽=김용지 기자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는 다사다난했습니다. 그 가운데 DLS·DLF 등 파생결합상품 사태로 일부 금융소비자들은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에 <비즈트리뷴>은 2020년 한 해 동안 [금융소비, 똑똑하게]라는 캠페인에 나서고자 합니다. 날이 갈수록 금융상품은 복잡다단해지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전환하면서 은퇴자금을 안전하게 운용하려는 니즈는 급증하는 반면, 수익을 내기는 갈수록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특히 고령의 금융소비자들은 파생결합상품 사태와 같은 금융 리스크에 늘 노출돼 있습니다. <비즈트리뷴>은 금융취약 소비자를 위해 금융사들은 물론 소비자단체, 금융전문가 등의 조언을 통해 현명하게 금융상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원금손실 사태와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펀드 상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판매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개인 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지난해 6월 말 27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11월 말 24조1000억원으로 10.7% 줄었다.

사모펀드 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는 DLF와 라임펀드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시기와 일치한다. 저금리 시대 고수익으로 인기를 끌었던 사모펀드 시장이 잇단 대규모 손실 사태에 위축된 것이다.

특히, 사모펀드 판매 감소세는 해당 상품들을 주로 판매했던 은행에서 두드러졌다. 은행을 통해 DLF·라임펀드에 가입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사례를 살펴보니 해당 상품이 어떤 상품인지 잘 모른채 가입한 경우가 많았다. 상품을 추천한 은행 PB(프라이빗뱅커)의 설명이 잘못됐거나 투자자에게 잘못 전달됐을 가능성은 물론, 상품 구조가 복잡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즈트리뷴은 시중은행 PB, 은행권 관계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등 금융권 전문가들에게 은행에서 펀드 가입 시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물었다.

우선,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펀드는 기본적으로 원금 보장이 안된다는 사실이다. 펀드는 운용 실적에 따라 이익이 나면 이익을, 손실이 나면 손실을 돌려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금융기관별로 1인당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예금과 달리, 투자상품인 펀드는 예금자보호법 대상도 아니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펀드는 실적배당형 상품, 그러니까 실적에 따라 수익이 왔다갔다 흔들리고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이라며 "펀드가 원금 보장이 된다는 말은 애초에 불가능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다. 또 만기가 짧은 상품은 손실을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실제 4~6개월 만기 상품이었던 DLF의 경우 기초자산이었던 독일국채 10년물 금리가 한때 -0.70%까지 떨어지며 손실률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는 이후 반등했지만 이미 만기가 돌아온 상품은 손실을 회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은행 PB나 창구 직원으로부터 '원금도 보장되고, 단기간 안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라는 말을 들었다면 이는 잘못된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의 PB는 "단기간에 원금도 그대로 였으면 좋겠고, 수익은 예금보다 컸으면 좋겠고, 그런 상품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상품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있었으면 은행 직원들이 다들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오래 거래한 은행과 잘 아는 PB라는 것만 믿고 추천해주는 펀드에 덜컥 가입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투자자 본인이 가입할 상품의 구조와 수익률, 투자대상, 투자전략, 담당 펀드매니저 운용 경력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은 필수다.

실제 이번 DLF·라임펀드 사태에서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많은 투자자들이 "주거래 은행이었고, 오랜 고객이었는데 이런 펀드를 원금 보장이라는 설명으로 추천해줄지 몰랐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사 등 여러 금융사에서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해당 펀드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

다른 은행 PB는 "가입자들도 추천받은 펀드에 대해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금리가 떨어져야지 수익이 나는 채권형 펀드에 가입한다고 했을 때 지금 금리는 얼마인지 글로벌 경기나 시장 상황은 어떤지 이런 흐름을 먼저 공부하면 투자할 때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펀드 가입 전 본인의 투자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손실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지, 총 소득에서 투자상품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적극투자형인지 안전추구형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투자성향을 확인해야 한다.

또다른 시중은행의 PB는 "요즘엔 가입자의 투자성향을 벗어나는 상품을 아예 추천하지 못하게 돼있다"며 "무조건 고수익을 내는 상품만 찾을 게 아니라 본인의 투자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귀띔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