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검찰 2차 물갈이...'청와대·조국 수사팀' 전면 교체
추미애, 검찰 2차 물갈이...'청와대·조국 수사팀' 전면 교체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01.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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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 사진=SBS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 사진=SBS뉴스

청와대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비리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진행한 검찰 중간 간부 대부분이 교체됐다. 인사의 규모와 내용에서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물갈이 인사'라는 논란이 재차 번지고 있다.

법무부는 23일 검찰 중간 간부에 해당하는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257명과 일반검사 502명 등 검사 759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하고, 승진·전보는 다음 달 3일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은 차장검사 4명이 모두 교체됐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맡았던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평택지청장으로, 조 전 장관의 가족비리 의혹 수사를 진행한 송경호 3차장은 여주지청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현 정권 개입 의혹이 제기된 우리들병원 대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던 신자용 1차장은 부산동부지청장으로, 한석리 4차장은 대구서부지청장으로 각각 발령받았다.

또 지난해 조 전 장관 일가의 의혹을 수사해온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조 전 장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했던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천안지청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기게 됐다.

◆ 윤석열 '남겨달라' 요청에도 결국 참모진 전멸

결국 "대검찰청 중간간부를 전원 유임해달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지난 19일 법무부에 "대검 중간간부를 대상으로 인사 의견을 청취한 결과 전원 '부서 이동을 원치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검찰 중간간부들은 잦은 보직 이동은 업무 및 수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힘들게 한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는 윤 총장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두 번째 인사 폭풍은 없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법무부는 현 정권의 주요 의혹을 수사 중인 차장검사 3명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안을 발표했다.

지난 고위급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이 전격 교체된 데 이어 이번 인사로 실무진까지 대대적으로 전보되면서 기존의 핵심 수사팀들이 사실상 해체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견도 나오는 실정이다.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사팀이 전원 물갈이되면 수사가 연속성을 잃게 되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수사에 힘써온 일선 검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휘부에 이어 수사팀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차장검사급이 전부 교체되는 것은 사실상 진행 중인 수사를 그만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번 인사로 대검이나 일선 청에서 수사 실무자들은 거의 다 전보 대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현안 사건 수사팀 존속 여부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현안 사건 수사팀은 대부분 유임 시켜 기존 수사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법농단과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공판검사들도 그대로 자리를 유지해 공판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최근 구성돼 활동 중인 세월호 수사단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제개편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수사 중인 사건은 해당 부서가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경과규정을 뒀다"면서 "해당 사건 수사팀의 유지, 재배당 등을 통해 전문수사역량이 연속성을 갖고 수사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안 사건 수사팀에서 실무수사를 맡았던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과 이정섭 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유임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이복현 반부패수사4부장도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저번 고위급 간부 인사에서 '물갈이' 논란이 불거졌던 것을 의식하고,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서는 일부 면피용 인사를 낸 것으로 보인다"는 비난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친 정부' 인사에 '검찰 사유화' 우려도 나와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첫 고위급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의 손발이 모두 잘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장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검사장이 부임해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23일 발표된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현 정부와 인연 있는 검사들의 인사이동이 눈에 띄었다.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이동하는 진재선 법무부 검찰과장은 이번까지 3번 연속으로 법무부에서 근무하게 됐다. 검찰 내 최고 실세로 알려진 법무부 감찰국을 거친 진 과장은 전 감찰국장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 인사작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진 과장의 자리는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이 맡게 된다.

차장검사가 모두 전보된 서울중앙지검의 경우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채워져 현 정권 관련 수사의 지휘를 잇게 된다. 신임 1차장검사에는 이정현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가 기용됐다.

방위사업감독관으로 파견됐던 이근수 부장검사가 신임 2차장검사로 다시 검찰에 복귀해, 다음 달부터 청와대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신임 3차장검사에는 신성식 부산지검 1차장검사가, 신임 4차장검사에는 김욱준 순천지청장이 각각 발탁됐다.

그리고 반부패수사1부장에 김형근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반부패수사2부장에 전준철 수원지검 형사6부장이 각각 전보됐다.

김형근 차장은 과거 이성윤 지검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시절 수사지휘과장으로 함께 한 바 있고, 전준철 부장은 대검 인권수사자문관으로 이 지검장과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어 이 지검장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이종근 법무부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부단장이 서울남부지검 1차장에 발령됐다. 이 부단장은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이끌어온 인사로 이번 정부 들어 계속해서 주요 보직에 임명됐다.

여야, 엇갈린 평가..."2차검찰대학살 vs. 공정한 인사" 

자유한국당은 이날 법무부의 인사발표를 두고 '2차 검찰 대학살'이라며 즉각 비난에 나섰다. 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이번 인사는)상식과 기본마저 완전히 짓밟힌 인사다"며 "권력 연장을 위해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저지른 전횡이다"고 비판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지난 고위급 인사에서 수사 지휘부를 대거 교체한 것도 모자라 서울중앙지검의 1~4차장을 모두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사실상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다"며 "정부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중인 차장급 검사들을 내보내고, 이 자리를 친정부 인사로 채우는 것이 정부의 '검찰 사유화'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일명 '상갓집 추태' 사건을 일으킨 양석조 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양 선임연구관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 전 장관 사건의 처리를 두고 직속 상관인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 그러고도 당신이 검사냐'고 목소리를 높여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을 비롯해 이번 두 차례의 인사를 겪으며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의 행보가 검찰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고, 검찰총장의 손발을 잘라 지휘권을 억제하려는 의도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방 일선청의 한 검찰공무원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기득권 싸움을 떠나서 특정 부서 출신 검사들이 주요 보직을 발령받으면서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이 상대적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이 때문에 검찰 내부적인 반발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선 검사들의 공감대 없는 법무부의 '검찰 뜯어고치기'는 갈등의 불씨만 키울 뿐이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날 법무부의 인사 발표 후 더불어민주당은 '공정한 인사'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번 인사는) 일선 현장에서 국민의 권익과 민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온 우수한 검사들에게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준 것이며, 동시에 차질 없는 검찰 개혁을 위한 진용이 마무리된 것이다"며 "비로소 '정치검찰'이 '정상검찰'로 확실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 다져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안 사건에 대한 수사팀을 대폭 교체해 수사를 방해하려 한다는 세간의 우려는 수사 담당자를 대부분 유임 시켜 기우로 끝나게 됐다. 또 능력 있는 여성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적극적으로 기용해 남성 중심의 검찰 조직 문화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부서·특정 인물 중심의 인사 관행을 탈피해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매진해 온 검사를 우대한다는 인사 원칙을 재확인한 공정한 인사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