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년만에 무너지는 편의점 상생규약, 피해는 누구의 몫인가
[기자수첩] 1년만에 무너지는 편의점 상생규약, 피해는 누구의 몫인가
  • 전지현
  • 승인 2020.01.22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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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이 1년만에 무너지는 모습이다. 편의점업계는 지난 2018년 말 편의점 출점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기존 점주 매출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거리내엔 새 점포를 내지 않는다는 '점포간 거리제한' 자율적 상생 조약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과밀화 해소와 경영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춰 출점·운영·폐점 등 모든 단계에서 본사의 자율적인 준수사항을 담은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했고, 편의점업계의 자율규약이 가맹분야 최초 사례라며 대대적인 홍보에도 나섰었다.

자율협약의 심사를 요청한 편의점산업협회에는 지에스(GS)25, 씨유,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5개 회원사가 속했고, 회원사가 아닌 이마트24도 참여하기로 했었다. 전국 편의점 96%에 이르는 3만8000여개가 자율규약 영향을 받으면서 포화상태인 편의점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장미빛' 전망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2020년 1월. 당시 '희망의 메시지'는 1년만에 퇴색되고 있다. 편의점업계 1·2위를 달리는 CU와 GS25가 각사만의 차별화(?) 방식으로 '자율 규약'을 깨고 있어서다.

최근 CU는 유동인구가 많은 '노른자' 땅에 출점을 진행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미 인근 50~60m이내에 경쟁사들이 영업중에 있지만, 해당 자리에 점포 오픈을 강행한 것이다.

회사측 주장은 더욱 실망스럽다. 당시 마련된 '자율규약'은 공정위가 승인할 때도 담합으로 본 바 있어 자율규약 기준의 100m 거리자체만 놓고 (규약 위배가 맞다 아니다)판단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CU는 이번 점포 오픈에 앞서 담배소매인 지정을 신규로 받아 당당하게 입점을 성사시켰다. 그렇게 1년 전 손을 맞잡고 다짐했던 업계 약속을 증발시켰다.

물론 자율규약은 말그대로 자율에 의한 것이다. 즉, 그 규약을 깬다해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로부터 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인건비·임대료 상승 등으로 생존권 위기에 내몰렸던 편의점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려 했던 당시 업계 행보에 박수쳤던 입장에서 현재 CU 행보는 '결국 희망은 없는가'를 자문하게 만든다.

CU뿐만이 아니다. GS리테일 역시 H&B스토어인 랄라블라가 유사 편의점 영업을 실시하면서 '변종 편의점' 운영이란 비판에 몰리고 있다. 업계 1·2위가 '근접 출점 지양'이란 약속을 깨면서 편의점주의 생존권 보호와 과밀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자율규약’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역시 각사별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업계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점포당 매출, 점포수에 따라 업계 순위가 매겨지고 신규 점주 확보와 해외진출에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편의점주들은 최저임금, 임대료 인상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보다 못한 시급을 챙겨가며 폐업을 고민하는 것이 오늘날 그들의 모습이다.

물론 편의점 본부의 최대 목표는 이윤창출이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없다면 본사도 존속이 불가능하다. 서로만의 경쟁에 치우쳐 정작 고민해야할 가맹점주들의 현실을 속깊에 들여다보지 않은 것은 아닌지, 또 생존권 존폐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해 내놓은 '자율규약'이 단순 '쇼(?)'에 지나지 않았는지 업계 스스로 반성하길 바란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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