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U, 편의점 밀집지역 자율규약 위반 출점강행 논란
[단독] CU, 편의점 밀집지역 자율규약 위반 출점강행 논란
  • 전지현
  • 승인 2020.01.22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촌역 인근 번화가에 경쟁사 50~60여 미터 거리 신규출점 강행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자율규약’ 위반 논란 중심에 섰다. 유동인구가 많아 편의점이 밀집된 지역에 추가 출점을 강행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는 편의점주의 생존권 보호와 과밀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자율규약’ 근간 조차 흔들릴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U는 신촌역 앞 번화가, 평소 유동인구가 많아 편의점이 밀집된 이 지역에 출점을 진행, 이날 점포를 오픈한다.

CU가 22일 이전해 새로 오픈하는 신촌역 앞 점포 위치. 신촌역 인근에는 올해 1월 기준 현재 세븐일레븐, 이마트24, GS25 등이 이미 출점해 영업 중에 있다. 여기에 편의점 CU가 새로이 문을 열기로 한 자리는 세븐일레븐, 이마트 24와 도보거리가 50~60여m에 불과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CU가 22일 이전해 새로 오픈하는 신촌역 앞 점포 위치. 신촌역 인근에는 올해 1월 기준 현재 세븐일레븐, 이마트24, GS25 등이 이미 출점해 영업 중에 있다. 여기에 편의점 CU가 새로이 문을 열기로 한 자리는 세븐일레븐, 이마트 24와 도보거리가 50~60여m에 불과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편의점업계는 지난 2018년 12월 업계간 과당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신규점포 출점거리 관련 규칙을 자율적으로 '편의점 자율규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기존 운영중인 편의점으로부터와 담배소매인 지정거리(100m) 이내에서는 신규로 편의점을 출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즉, 편의점 출점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기존 점주 매출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거리내엔 새 점포를 내지 않는다는 상생 조약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점포간 거리제한'을 둔 것이다.

하지만 신촌역 인근에는 올해 1월 기준 현재 세븐일레븐, 이마트24, GS25 등이 이미 출점해 영업 중에 있다.

여기에 편의점 CU가 새로이 문을 열기로 한 자리는 세븐일레븐, 이마트 24와 도보거리가 50~60여m에 불과했다.

◆"기존점 이전으로 신규 출점 NO, 담배소매인 거리 준용해 문제 없다"

CU측은 신규출점이 아닌, 주변에 운영 중이던 점포를 이전했다는 주장이다. CU 관계자는 "원래 운영하던 기존 점포가 건물 재건축 문제로 이전해야 했다. 해당 점포는 신규 출점은 아닌 이전 점포로, 편의점점주도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변에 운영중이던 점포를 이전한 경우라도 업계가 자율적으로 만든 약속을 스스로 깼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CU 측은 "자율규약은 공정위가 승인할때도 담합으로 본 바 있다. 자율규약 기준의 100m 거리자체만 놓고 판단하는 것은 담합의 소재가 있어 거리로만 보면 안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이번 점포는 담배소매인 거리를 준용한 것"이라며 "상권적 측면에서도 해당 지역은 유통인구가 워낙 많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 8월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2018년 8월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실제 CU는 이번 점포 오픈에 앞서 서대문구로부터 신규로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았다. 하지만 CU측이 주장대로 문을 닫고 이전했다는 점포와 신규점포 거리는 130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

결국 이전을 이유로 '자율규약'을 깨고 담배소매인 지정을 통해 100미터 이내 경쟁사 편의점들이 자리한 지역에 근접 출점을 강행한 셈이다.

인근 편의점주는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 편의점도 많고 인건비도 올라 갈수록 살기 힘든 상황인데 최소한의 약속마저 무시하며 무분별하게 출점하면 우리 같은 자영업자는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 나가냐”며 “무분별하게 가맹점만 늘리는 행태는 중단하고 모든 편의점주를 위한 상생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았다고 자율규약에 위배되지 않는게 아니다"라며 "자율규약 취지는 어떤연유로 담배소매인이 지정될 수는 있으나 담배소매인 지정거리인 100m에서는 신규로 편의점을 오픈하지 말자라는 것이 업계의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1년만에 무너지는 편의점 업계간 '자율규약', 과당 출점 경쟁 피해는 '점주 몫'

편의점업계에서는 최근 CU가 점포 수에서 GS25에 밀리면서 다소 무리한 출점 전략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CU는 지난해 말 부동의 1위 자리를 경쟁사인 GS25에 내줘야 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영업점수 1만3899점으로 17년만에 CU를 제치로 1위에 올라섰다. 매출면에서도 CU를 넘어선 상태다.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1조8170억원, 영업이익 898억원으로 같은기간 CU의 매출 1조5800억원, 영업이익 648억원보다 앞섰다.

편의점 1·2위간 무분별한 출점 경쟁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서울 강서구에는 CU 우장산역점 인근에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H&B스토어인 랄라블라가 유사 편의점 영업을 실시한 상태다. 지난해 10월경 바로 인근 H&B스토어인 랄라블라에서 매장 한켠에 전자레인지가지를 비치하고 도시락, 김밥, 맥주 등 편의점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CU 매장 매출은 물론 고객감소,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상품 등이 급증하면서 영업에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CU의 이 같은 행보가 여타 경쟁사들의 무분별한 신규출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영주의 생존권 보호와 과밀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업계간 ‘자율규약’이 1년만에 무너지게 된 셈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편의점 업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자율규약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편의점 사업이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고 현 상황을 우려했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