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국당 '반려동물 공약' 무얼 담았나...쏟아지는 동물정책에 대한 시선
[이슈분석] 한국당 '반려동물 공약' 무얼 담았나...쏟아지는 동물정책에 대한 시선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01.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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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반려견 동반 카페에서 '반려동물 돌봄 공약'을 발표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ㅣ사진=황교안 대표 공식 페이스북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반려견 동반 카페에서 '반려동물 돌봄 공약'을 발표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ㅣ사진=황교안 대표 공식 페이스북

최근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를 담은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해 찬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반려동물 돌봄 공약'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을 넘어선 지금, 이는 자유한국당과 황 대표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친근한 이미지 개선과 더불어 애(愛)견·애묘인들을 향한 표심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황교안 대표의 '반려동물 돌봄 공약'은 무엇을 담았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의 반려견 동반카페인 '마포다방'에 강아지를 안고 공약 발표에 나섰다.

황 대표는 이날 △반려동물 의료비의 부가가치세 면제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 △반려동물 관리기구 마련 △유기견 입양자 진료비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20 희망공약 개발단 반려동물 공약'을 내놓았다. 

황 대표는 자신도 14년 동안 강아지를 키웠다면서 "이제 정책도 반려동물과 반려인, 그 관계와 정서에 맞춰 전환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 기초의료를 지원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에 '반려동물 관리기구'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동물보호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관 인원을 늘리고 권한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유기견 입양자에게 진료비 20만원을 지원하고, 유기견 보호기간을 최소 30일로 연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카페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직접 안고 공약 발표에 나선 황 대표는 "오늘 공약 발표 자체가 한국당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공약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변화된 생활 패턴과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변화, 노력이라 생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당의 '반려동물 돌봄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유기동물 중심의 정책을 반려동물과 반려인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진료비 표준화와 세제 혜택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반려인은 물론 비(非)반려인 사이에서도 이번 한국당의 반려동물 공약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한 분위기다. 개별 공약의 취지 등은 좋으나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나 재원 마련에 대한 방안이 담겨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는 "반려동물 위주로 해서 구미가 당기는 매력적인 공약을 내놓긴 했으나,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서 깊이 검토가 됐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면서 "진료비나 세제 등도 이미 정부 정책으로 고민되고 일부 추진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도출돼서 논쟁이 있는 것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부분들은 이미 화두가 되어 있던 건데, 문제는 각론이 없다는 것이다"며 "진정성과 정책적 의지, 실행할 수 있는 노하우와 지식, 경험 등이 많이 쌓여있는지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총선 앞두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파악해서 나온 것은 맞는 것 같은데, 후속적인 실행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정부의 '반려동물 보유세'도 논란 활활

정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해 이를 반대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논란이 일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 '2020~2024 동물복지종합계획' 발표에서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 등을 통해 2022년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 등의 설치·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선진국들이 세금을 통해 유기동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해결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 유기동물 보호와 관리를 위한 보유세 도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반려인들은 이 같은 세금도입을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단기적으로 유기동물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유세 도입을 반대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보유세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세금으로 인한 재원 확보는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과 정책 실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에 대해서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최일택 팀장은 "반려동물 보유세는 이미 선진국에서도 여러 시행되고 있듯이 목적 수혜적 성격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방안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반려동물 정책 시행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의 해결 등 긍정적 효과들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없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국민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정부가 간과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진경 상임이사(동물보호단체 카라)는 "동물이 우리나라에서 아직 물건이기 때문에 보유세라는 세법 용어를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있다"며 "그 제도의 장점도 함께 검토돼야 하는데 무조건 안 좋은 측면만 주목받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번 정부 정책에서 보유세 부분은 아직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주변적인 정책의 실행이나 고민을 전제로 한다"며 "검토의 수준이 단편적이고 심층적이지 못한 현 상황이 좋은 정책의 싹부터 잘라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봐 우려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책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마련된 재원으로 지하철에 개, 고양이, 새 등 반려동물 전용칸이 만들어 쓴다거나, 반려동물 놀이터를 설치하는 등 동물들을 위한 인프라 구성에 이를 사용할 수 있다"며 "최종적인 목적지가 동물복지에 부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또 "돈 몇만 원과 상관없이 동물을 유기하려던 사람은 유기한다. 무조건 보유세 때문에 유기동물이 늘어난다 등의 의견도  말이 안된다"며 "펫샵에서 동물 구매 시 세금을 부과하는 등 동물을 키우는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으로 유기동물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구매를 통하지 않고 동물보호 시설에서 입양하는 반려인에게는 보유세를 면제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며 "부작용을 막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사회적으로 고민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정부와 정치권의 반려동물 정책, 시민들의 생각은

한국당의 반려동물 돌봄 공약은 정부의 '반려동물 보유세' 발표에 논란이 일자 이를 반대한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공감대 없는 정부의 동물 복지 정책과, 선거철 정치권의 유권자 마음 잡기를 위해 내놓은 듯 보이는 공약을 두고 반려인과 비반려인 할 것 없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려동물을 키운 적이 있다는 회사원 김현우(37·서울 관악구) 씨는 "어떤 정부 정책이든 공약이든 재원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적으로 정책을 확인할 때 정책의 당위성, 시급성, 합리성 3가지 관점을 꼭 체크하는데, 이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냐는 것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반려동물이 가족인 사람들도 있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으니, 반려인이 아닌 사람들의 세금이 쓰인다고 생각하면 이번 한국당 공약의 당위성에는 동의하나, 시급성은 의문이고, 합리성에는 조금 동의하기 힘든 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약에서 언급하는 정책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다른 시급한 정책, 더 합리적인 세금 사용처를 고민하는 공약이 더 와닿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원 조달 및 용처의 합리성이 강화되면 언제든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정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린 시절 키웠던 강아지 떠올려보면, 사람한테 반려동물이 어떻게 보면 최고의 복지인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고양이 3마리를 반려 중인 20대 여성 심 모씨(서울 영등포구)는 "보유세 부과의 긍정적인 효과는 이해한다. 세금 확보로 반려동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정부가 반려동물 복지나 시설, 관련 정책 등 기반 마련도 없이 반려인에게 책임과 의무를 지우기 바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유세를 부과하는 다른 선진국 같은 경우 관련 그만큼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며 "그런 기반 마련 없이 세금만 납부한다면 그게 반려동물이나 반려인에게 다시 돌아온다고 볼 수 없지 않나"고 말했다.

또한 "다른 반려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가장 시급하게 피부로 느끼는 문제는 동물병원 치료비의 표준화다"며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병원비에도 전문지식 없는 반려인들은 달라는 대로 병원비를 지급해야 하는 '을'일 뿐이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이 밖에도 현장에서 반려인들이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관련 법이나 행정 기준 마련이 더 시급한 것 같다"며 "세금 부과에 대한 반발은 정부의 정책 시행에 대한 신뢰 회복의 문제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한국당의 공약 발표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선거철 잠깐을 위한 주먹구구식의 공약 발표는 환영하지 않는다"며 "충분히 시행을 위한 검토를 거치고 실현 가능한 구체적 계획이 담긴 동물 관련 공약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